송지현 작가의 에세이 <동해 생활> 중 [10월엔 마지막 서핑]

나는 보드에 매달려 생각했다. 너무 외롭다고. 외로운 순간이면 모든 것이 내 삶의 징조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때가 그랬다. 앞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먹먹한 순간들만이 날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이렇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혼자 힘으로는 통제할 수조차 없는 보드를 붙들고 있는 지금처럼 외롭게 인생을 살아가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때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한 사람이 파도다! 라고 작게 외쳤고 나는 나도 모르게 보드에 엎드려 패들링을 시작했다. 그 순간 파도를 탔다는 직감이 들었고 나는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그대로 엎드려서 쭉 해변까지 떠밀려 갔다. 그리고 곧장 뒤집혀서 버둥댔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왔고 앞이 안 보이는 상태로 어떻게든 보드를 잡아 해변으로 올라왔다.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으면서 나는 바다에 떠 있는 서퍼들을 보았다. 모든 게 파도를 잡는 이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속도가 붙는 이 한순간을 위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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