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버지가 하루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글을 쓴 애들은 처벌받아야 됩니다. 감옥에 가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시는 그런 글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그때 학교를 그만두게 했어야 해요. 채소 가게 지하에서 일하거나 야키니쿠 식당에서 양파 껍질을 벗기는 게 나았을텐데. 아들이 죽느니 그렇게라도 살아 있는 게 나아요. 아내와 나는 모진 대우를 받고 살았지만 그건 우리가 가난해서였어요. 처지가 좋은 부유한 조선인들도 있어요. 우리는 자식들이 다르게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P204

파친코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도박으로 돈을 좀 따고 싶어서 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인사를 건네는 이 하나 없는 으스스할 정도로 조용한 거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 아내가 아이들과 잠드는 애정 없는 집에서 달아나고 싶은 남편들도 있었다. 낯선 사람을 밀치는 건 허락돼도 말 거는 건 금지된 지나치게 덥고 혼잡한 퇴근 시간의 전철을 피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루키는 더 젊었을 때는 파친코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요코하마로 온 후로는 이곳에서 위안을 찾았다. - P206

하루키의 슬픈 표정이 계속 가시지 않았다.
"야, 삶은 늘 고달프지만, 그래도 게임은 계속해야지."
하루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 P210

에쓰코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직원 말이 틀리지는 않지. 그리고 솔로몬도 이 상황을 이해해야 돼. 우리는 자칫하면 추방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삶은 솔로몬이 통제할 수 없는 일투성이니까 적응해야지. 내 아들은 살아남아야 해." - P237

"다 고생인 기라." 양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다."
"네, 고생이에요." 경희가 고생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P265

"미국에는 ‘간코쿠진[韓國人]‘이니 ‘조센진[朝鮮人]‘이니 하는 건 없어. 대체 왜 내가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 돼야 해? 말도 안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고 우리 부모님은 분단되기 이전에 미국으로 건너갔어." 피비가 그날 하루 동안 접한 편협한 사고방식들 중 한 가지를 언급하며 언성을 높였다. "왜 아직도 일본은 여기서 4대째 살고 있는 조선계 주민들을 두 나라로 구분하지?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정말 미친 짓이야. 너희 아버지 - P298

도 여기서 태어났고. 근데왜 두 사람이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녀야 해? 참 이상해." - P299

"그런 일이 있었다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보쿠상. 정말로 안타까워요." 관리인이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져다주신 책을 전부 다 읽고 나서 제 스스로 직접 몇 권을 더 샀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일본어로 나온 디킨스 책을 다 읽었지만 제일 좋아하 - P366

는 책은 노아 님이 처음 주신 《데이비드 코퍼필드>예요. 저도 디킨스를 존경해요."
"노아는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그 무엇보다도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 P3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