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티는 지금껏 감수성이 시들어 버린 듯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왔다. 처음에 하니의 애정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그 애정의 일부라고 할 언어였다. 늘 사랑이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무엇이라 - P165

고 생각해 온 채리티에게 하니는 사랑을 여름 공기처럼 밝고 싱그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 P166

하니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동안 채리티는 이런 일들을 서로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일들이 마음속에 음울한 배경으로 남아 있었고, 그것을 배경 삼아 그와 함께 보낸 짧은 시간은 산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선이든 악이든, 혹은 그녀가 그를 알기 전에 그렇게 보였을지 모르는 것이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니는 채리티를 잡아채어 새로운 세계로 데려갔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녀의 유령이 다시돌아와 너무나 어렴풋하고 실체도 없이 습관적인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채리티는 이따금 자기 모습이 사람들의 눈에 정말 보일지 궁금했다. - P167

하니는 채리티의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귀밑으로 목줄기의 곡선을 더듬으며 여기저기 머리카락과 눈과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채리티는 절망적으로 하니에게 매달렸다. 그가 소파에 무릎을 꿇고 끌어당겼을 때 그녀는 마치 그와 함께 어떤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194

노스도머 사람들은 위태로운 지경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주 너그럽게 대했지만, 위태로운 지경에서 구출된 사람들에게는 조롱을 퍼부었다. 채리티는 언제나 줄리아 호스가 구출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 P215

비극적인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아 반쯤 넋이 나간 채 그곳에 누워 채리티는 주위의 삶과 하나가 되어 보려고 생각했지만 헛수고였다. 아니, 이곳 사람들이 서로, 혹은 죽은 어머니와 어떤 관계인지조차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가축 떼처럼 뒤섞여서 무리를 지어 있는 것 같았고, 그들을 이어 주는 가장 질긴 끈이라면 하나같이 비참하다는 사실뿐이었다. 채리티는 만약 넝마를 걸치고서 제멋대로 뛰어다니고, 늙은 하이엇 부인에게 기대어 옹송그리고 있는, 얼굴이 해쓱한 아이들처럼 어머니 옆에 웅크리고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며 이 ‘산‘에서 자라났다면 자기 삶이 과연 어떠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렇게 이상한 말로 자신을 부르던 젊은 여자처럼 당혹스럽고 흉포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 P237

미국 비평가 신시아 그리핀 울프는 "『여름』은 한 여성의 삶에서 일어나는 성숙에 대한 자각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성장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의 필수 요소로서 성적 열정을 노골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 작품 해설 - P275

워튼은 초기 작품인 「충만한 삶」에서 여성의 성격을 방이 많은 커다란 저택에 빗댄다.

나는 때로 여성의 성격이란 방이 많은 큰 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왔다. 모든 사람이 들락거리는 홀이 있고, 공식적인 방문을 받는 거실이 있으며, 식구들이 마음대로 오고 가는 가족실이 있다. 그러나 그 너머 훨씬 뒤쪽에는 문손잡이를 한 번도 돌려본 적 없는 다른 방들이 있다. 그 방들이 과연 어디로 연결되어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성스럽고 가장 깊숙한 방에는 영혼이 홀로 앉아 결코 오지 않을 발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 작품 해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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