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티는 아직 모르는 게 많은 데다 감각이 무뎠는데, 그런사실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빛이며 공기, 향기, 색깔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몸속에 흐르는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녀는 손바닥에 투박스럽게 느껴지는 산자락의 마른 풀이며 얼굴을 짓누르는 백리향 냄새, 머리카락과 면 블라우스 속을 스쳐 가는 바람, 솔송나무가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좋아했다. - P21
세탁해서 물이 조금 빠지기는 했지만 그녀의 검은 피부색을 돋보이게 해주는 분홍색 무명옷을 입고 현관에 나왔을 때는 밝은 햇살과 아름다운 아침에 취한 나머지 불행의 마지막 흔적이 모두 사라졌다. 사랑이 핏속에서 즐겁게 춤을 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의 자식이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길 아래쪽에서 하니가 그녀를 향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