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근무 일정이 규칙적이지 않아?" 토니가 물었다. 얼마간은 토니 자신을 위해 묻는다는 게 느껴졌다. 일정이 정해진다는 건 내가 덜 피곤하고 여유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어."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솥‘이 싫었다. 덥고 몹시 바빠서 예전의 수송부 일에 점점 마음이 끌렸다. 그렇다고 ‘솥‘을 떠날 결심이 선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결정이든 잘못된 결정처럼 보였다. ‘솥‘에 남는다면 오로지 남자 못지않게 일을 잘한다는 걸 증명하려고 밴더의 쉬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솥‘을 떠난다면 내가 그 일을 해내지 못할 거라고 넌지시 말한 그 회사 관리자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솥‘에 남는다면 조이스가 겪은 것과 같은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솥‘을 떠난다면 아연공장의 편향된 성별 분포는 도전받지 않을 것이다. ‘솥‘에 남는다는 건 규칙적인 근무 일정을 뜻하고, 그것은 토니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솥‘을 떠난다는 건 토니가 계속해서 방치되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 P232

그때는 너무 취해서 그 수업을 듣도록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 아빠로 하여금 권총을 비축하도록 만든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옹호함으로써 별것 없는 삶을 통제한다는 환상을 품게 된 것이다. 아빠의 사업은 일어서기가 무섭게 기울었고, 나는 심신을 마비시키는 질병의 고통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었다. 아빠와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시당한다고 느꼈지만, 하느님이 부여한 헌법적 권리는 우리가 여전히 이 땅에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 권리는 정부가 우리에게 부여한 보장 - P256

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정과 해석의 여지가 있었다. 미국의 이상 속에서 그 권리는 우리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그 권리에 가하는 미세한 수정도 개인을 향한 위협으로 여겨졌는데, 그것은 개인의 싸움을 정치적 운동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무시당하고 방치되는 느낌을삶에서건 가족 간에서건 인간관계에서건 쉽게 누그러뜨리게 했다. 우리가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을 것 같을 때 우리의 권리는 우리에게 목소리를 주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들에 맞서 싸울 길을 제시했다. 그중 상당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 총알로는 막지 못하지만.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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