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데모나 난 그런 유의 여자는 없다고 생각해.
에밀리아 있어요, 수십 명이. 게다가 그들이 놀고 얻은 이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이요. 하지만 전 아내들이 타락하게 되는 건 남편들 잘못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면 - P169
그들이 밤일을 소홀히 하면서 우리의 보물을 딴 여자 허벅지에 싼다든지 아니면 유치한 질투심을 터뜨리고 우릴 구속하거나 또는 우릴 때린다든지 악심 품고 용돈을 줄이면, 원 참, 우리도 성깔이 있잖아요. 덕도 좀 있지만 복수심도 좀 있잖아요. 남편들은 아내들도 자기들과 꼭 같은 감각이 있는 줄 알아야 한다고요. 보고, 냄새 맡고 단 것과 신 것을 둘 다 맛보는 혓바닥을 가진 건 남편들과 같다고요. 남편들이 우리를 딴 여자와 바꿀 때 하는 짓이 무엇이죠? 재미 보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정으로 시작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약하니까 실수해요? 그도 맞죠. 그럼 우린 정 없어요? 놀고픈 욕망도 약함도 남자처럼 없냐구요?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한테 잘해야죠. 안 그러면 그들이 잘못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데스데모나 잘 자게, 잘 자. 신은 제게 내리소서, 악행 본떠 악행 않고 선행하는 습관을! - P170
에밀리아 맹세코,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여러분. 오, 이 살인한 멍충아, 당신 같은 바보에게 그 좋은 아내가 가당키나 해? - P192
그런데 오셀로의 사랑이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이야고의 사악한 계략도 주효하긴 하지만)그의 이분법적인 사고 방식에 있다. 그의 사랑은 그 태동에서부터 허구와 실재의 결합이라는 잠재적 양극화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야고의 저 유명한 유혹 장면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명백한 분열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후에는 갖가지 이항 대립적인 요소들로 분화되면서 갈등은 깊어진다. 오셀로의 비극은 그가 사랑과 질투라는 양극 사이에서 사고와 감정이 분열되고 그 결과 고통을 겪을 줄만 알았지 양극을 동시에 받아들이거나 뛰어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 P201
4대 비극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오셀로」에서 극적 공의 관점은 <비워내기>와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구현된다. 비워내기란 셰익스피어가 사용하는 구성의 원리로서 극 안에서 상충하는 양극의 대립을 매 단계별로 일단 긍정하고 그 다음에 부정하는 과정을 통하여 극의 결말에서 모든 이항 대립적인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긍정한 다음 다시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총체적인 부정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 극적 공의 카타르시스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독자나 관객이 이분법적인 갈등을 초월했을 때 느끼는 해방감이며 또한 사랑의 진실에 도달한 기쁨이기도 하다. - P202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가 아닙니다 I am not what I am〉, 이말은 이야고의 존재는 비존재라는 사실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그의 모든 사고와 감정은 비존재를 그 존재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이 원리는 그와 관계되는 모든 이분법적인 대립, 특히 선과 악, 진실과 허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극중 인물 가운데서는 누구도 이런 이야고의 본질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가 자기 심장을 소매 끝에 내놓고/비둘기들이 파먹게 하는어리석은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므로 누구도 그의 진정한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는 간파할 수 없다. 그들에게그는 언제나 〈정직한 이야고이다. 오직 로데리고만이, 그것도극의 결말에서 이야고로부터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에야 겨우 그것을 잠시 알아볼 뿐이다. - P206
이와 같이 오셀로에게 생각은, 특히 사랑에 관한 생각은 그의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 사랑의 현실적인 조건들에 대한 무지, 그리고 그러한 약점을 꿰뚫어보고 이용하는 이야고의 간계와 연결될 때 이야고의 유혹의 기반이 되면서 동시에 오셀로 비극의 출발점이 된다. 더군다나 생각 없는 질투심은 불가능하며 질투심은 또한 온갖 의심과 망상의 원천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일단 발동된 오셀로의 생각이 그 끔찍한 결말인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향하여 악화일로의 확대 재생산을 되풀이한다는 사실은 더욱 비극적이다. - P218
그 방법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 지따라온 비워내기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비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인물, 특히 오셀로가 보여주는 모든 이항 대립적인 요소들을 한쪽이 나타났을 때 일단 그것을 긍정하고, 다음에는 그 반대쪽을 등장시켜 그것과 대치시키거나 혼재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갈등하게 만든 다음, 그중 어느 한쪽이 우세하게 만드는방식으로 극을 진행시켰다. 이 변증법적 진행 과정에서 일관되게 지켜지는 원리는 부정이었다. 이 원리에 따라 우리는 비극의시작을 알리는 이야고와 로데리고의 사랑의 부정에서 출발하여사랑의 모든 긍정적인 요소가 총체적으로 부정되는 데스데모나의 죽음으로, 그것이 다시 총체적으로 부정되는 오셀로의 죽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셀로의 사랑과 죽음의 의미가 부정되는 로도비코의 평가에 이르렀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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