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는 건 쐐기풀 같은 거야. 쐐기풀잎을 오래 가지고 놀면 누군가 아프게 되니까." "네가 그만하라고 하면 안 할게." 마릴라는 남자에게 무엇이 되었든 요구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기로 했다. - P161
졸업시험에 통과한 이후로 마릴라에겐 집안일에 국한되지 않은 더 많은 것들에 자신의 능력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싹텄다. 에이번리의 미래를 책임질 남자들인 급우들과 대등하게 평가를 받았고 그들과 동등하거나 심지어 더 똑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식에는 힘이 있었다. 증기기관 장치처럼, 지식을 활발하게 쓰면 더 많은 힘이 생겨났다. - P232
숲의 그늘진 풍경을 조용히 좇아, 인간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것들이 거주하는, 그리고 필멸의 발자취가 전혀 혹은 거의 닿지 않았던 곳으로." 마릴라가 속삭였다. 이교도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마릴라는 바이런 경이 좋았다. "하지만 군중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그 서두름, 그 충격을, 듣고 보고 느끼고 또 소유하는 것." 존이 인용했다. 존은 밖으로 나가는 마릴라를 따라 나와 건물 옆에 기대 서 있었다. "셰익스피어에서 바이런까지 정말 인상적인데." 마릴라가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 P238
신문 전면이 더럼 경과 왕실에 관련된 기사로 도배되었다. 신문들은 첩자가 어디에나 있으며, 더럼 경이 조각조각 분열된 캐나다 대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다룬 최종 보고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이 첩자들이 정보를기록해서 영국으로 보낸다고 주장했다. 영국 법은 명확했다. 동포를 향해 무기를 드는 행위는 반란이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행위를 선동하거나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전부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식민지 사람들 모두가 유죄라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그 답 때문에 에이번리 사람들은 티스푼에 광을 냈고 이례적으로 열심히 교회에 참석했다. - P245
마릴라는 헛기침을 했다. "비스킷은 잘 구워졌어?" 레이철이 마릴라를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속삭였다. "더할 나위 없이 가볍게 구워졌어! 물론 어머니는 눈치채셨어.…. 난 어머니에게 신선한 베이킹파우더를 산 게 다른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어. 사소한 거짓말을 한 거지. 하지만 옆 사람이 언짢아지느니 주님께 용서를 비는 편이 나아!" "틀림없이 용서받기도 더 쉬울 거야." 레이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바로 복음서가 전하는 진실이지." - P267
더럼 경은 캐나다 전역의 주에서 구 단위로 성명서를 전부 수집해 왕실에 올리는 보고서에 취합해 넣었고, 거기에서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반란을 잠잠하게 만들 유일한 방법은 어퍼캐나다와 로어캐나다의 영국 식민지를 통합하는 것뿐이라고 단언했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은 로어캐나다의 영국령이 될 것이었다. 더럼 경은 이 통합이 좀더 조화로운 연방을 낳을 거라고 주장했다. 평화는 인종적 분할을 없애야만 가능했다. 국민들은 언어, 종교, 신념 혹은 피부색과 상관없이 하나라고 느껴야 했다. 영국 정부의 축복을 받은 하나의 캐나다는 의회에서의 동등한 대의권, 부채 정리,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한결같은 법 적용을 받게될 것이었다. "여왕의 재가를 얻은 통합된 영국령 캐나다"라고 머리기사들이 선언했다. 에이번리 사람들은 이 뉴스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난리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창문 밖을 빼꼼히 내다보는 데 지쳤다. "종말이 가까웠습니다!" 패터슨 목사는 어차피 몇 년동안 이렇게 설교해온 터였다. 그리하여 우체국이 다시 문을 열었다. 크로미 의원은 문에 걸었던 빗장을 풀었다. 플레처 씨의 군밤도 돌아왔다. 마릴라 생각에 이번 일은 비긴 것이었다. 진보주의자들은 개혁을 하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그리하여 보수적으로 개혁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마릴라와 같은 관점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 P296
삶은 육체의 바퀴가 속도를 늦추어도 멈추지 않고 시간을 갈아냈다. - P314
그 발표를 듣자 마릴라는 이지 생각이 났다. 이지는 세인트캐서린스에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19세기 초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의 탈출을돕기 위해 결성된 비밀 조직이다-옮긴이)‘의 안전가옥 중 하나를 운영하는 부유한 양재사가 되었다. 이제 예순이 넘은 이지는 그 나이 대 대다수 여성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만약 윌리엄 J. 블레어와 결혼했더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이지는 행복했고 마릴라도 그랬다. 그리고 매슈, 애덕 수녀회,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도 행복했다. 역사 속에는 결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산 사례가 넘쳐났다. 남자 혹은 여자는 남편 혹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누가 그런단 말인가. 어쩌면 사람들은 그저 그들 자신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세상에는 사랑의 비둘기들과 결혼식에서 울리는 종 말고도 더 큰 문제들이 있지 않은가. - P336
나는 이 소설을 대단한 야심 없이 썼다. 그보다는 말해지지 않은 수수께끼에서 출발해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빨간 머리앤》 37장의 다음 구절에 엮인 미스터리였다.
"참 잘생긴 청년이로구나." 마릴라가 무심코 말했다. "지난 일요일에교회에서 봤는데 키가 크고 남자다워 보이더라. 저 나이였을 때 제 아버지와 참 많이 닮았어. 존 블라이드는 멋진 소년이었지. 우린 정말 좋은 친구였어, 그하고 나 말이야. 사람들이 그를 내 연인이라고 했지." 앤이 금세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들었다. "오, 마릴라,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어요?" -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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