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너처럼 팔꿈치에 상처는 없지만 지난달 그 ‘침‘에 앉은 다음에 ‘너는 어딘지 아는 곳‘ 한가운데에 나도 상처가 하나 생겼지!" 레이철이 낄낄거렸다. "영원한 치욕에서 네가 날 구했어, 마릴라 커스버트, 너에게 영원토록 고마워할 거야."
마릴라는 사고를 보지도 못했고 치욕이나 감사에 값할 만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다른 사람의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빠르게 배웠다. - P86

마릴라는 눈을 들어 매슈가 보고 있는 신문의 표제를 보았다. "캐나다의 흑인들이 이제 캐나다인으로서 투표한다."
"나는 모두가 이미 투표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매슈가 말했다. "이건 좋은 일이야. 다음번엔 너희 여자들도 투표권을 갖게 될 거야."
"우리는 없어?" 그 말을 듣고 마릴라는 놀랐다. 마릴라가 여자들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여자들이 갖지 못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P100

마릴라가 신문지 묶음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을 때 두 사람의 집게손가락이 우연히 스쳤다. 팔에서 갑작스레 뜨거운 것이 느껴지자 마릴라는 최대한 재빨리 팔을 뒤로 뺐다.
존이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마릴라는 고개를 숙여 신문의 새까만 글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항하는 농부들이 재산세와 관세를 올리려는 엘리트 정치꾼들과 싸우다. 토리당은 군주제를 고려하는 한편, 개혁당은 새로운 공화국을 외치고 있다. 명심하라, 변화가 임박했다!" - P115

"저도 모자 좋아해요." 부인할 수 없었다. "모자는 군중 한가운데 있더라도 그걸 쓴 사람에게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레이철은 유다를 보는 것처럼 마릴라를 쳐다보더니 사과 씨앗을 뱉어내 접시 가장자리에 올려두었다. - P128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그 애 얼굴 봤니?"
마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끔찍한 흉터."
"그건 노예 소유주의 표식이야." 존이 말했다.
마릴라는 복도에 멈춰 서서 뒤쪽을 바라보았다. 고아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그들을 뒤에서 응시하고 있었다. 존이 마릴라의 팔을 잡아끌었다.
"예전에 본 적 있어. 미국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 얼굴에서 노예 주인들은 노예들이 다시 도망치면 알아볼 수 있도록 얼굴을 흉하게 만들어."
마릴라가 몸을 기울였다. "저 애가 노예였을 거라고 생각해?"
"네 말은 지금도 노예냐는 거겠지. 주인에게 몸값을 지불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어려. 자유민으로 태어났다면 얼굴에 흉터도 없었을 테고."
"저 애 부모님은 어디 있지?"
존은 머리를 기울여 자기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어른들은 보육원에 숨을 수 없어, 마릴라. 만일 저 애에게 아직도 부모님이 있다면 애덕회 수녀원에 저 애를 두고 간게 현명한 일이지. 수녀원에서는 저 애에게 안전한 집을 찾아줄 수 있어. 또 다른 아이들도 있어. 식탁에앉은 아이들 봤니?"
연해주(캐나다 동부 중 뉴브런즈윅주, 노바스코샤주,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를 가리키는 말이다-옮긴이)에는 아프리카 출신 가족들이 많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은 마릴라가 한 살도 안 되었을 때 노예제를 폐지했다. 1834년 당시 의회는 노예제 폐지 법안을 공표해 영국령 전역에서 노예제를 없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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