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한 서점에서 소설가 김연수에게 ‘매일 달리는 방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일 같은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달리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신발 끈을 묶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그 지루한 일을 매일 반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끝내 매일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48

행복이 지속되거나 쉽게 저축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일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이아무리 크더라도 적정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증폭되지 않기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복의 평균값‘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이 ‘크기‘가 아닌 ‘빈도‘라는 명제를 끌어낼 수 있다. 큰 행복을 기다리느라 자잘한 행복을 놓쳐선 결코 안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사는 데 돈을 쓰고, 불행한 사람은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쓴다고들 하지 않는가. - P54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너무 사랑 타령이라 우정이 폄훼되는 게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사랑의 기본은 ‘독점과 배타적인 소유‘다. 그래서 집착을 낳기 쉽고 화폐와 긴밀히 연결된다. 결혼을 약속하는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이런 관계에만 몰입하면 존재가 작아진다. 가족 관계는 애증과 부채감이 기본이라 수평 - P80

적인 대화가 어렵다. 같은 말도 친구에게는 좀 더 살갑고, 가족에게는 매정한 건 이런 관계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과 가족을 초월해 우리를 가장 성장시키는 건 ‘도반‘, 즉 우정이라는 게 고미숙 선생의 말이었다. 빨리갈거면 혼자, 멀리 갈거면 함께 가라는 말이다. - P81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에 보면 과거에는 음독과 낭독만이 존재했다(묵독은 마녀의 독서법으로 중세때 금지돼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필사하지 않고 글을 암기해야 제대로 된 지식이라 생각했다.
도무지 의욕이 나지 않고 괴로울 때, 암송할 수 있는 문장이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내게도 지치거나 눈가의 주름이 깊어 보일 때, 비타민처럼 섭취하는 문장이 있다. ‘오늘이 내인생의 가장 어린 날이다.‘
자신만의 문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자다. 나만의 문장은 안전지대의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 P97

이럴 때 기억해두면 좋을 스코틀랜드 속담이 하나 있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맞지 않는 복장이 있을 뿐이다. 날씨는 계속 변한다. 자라나는 아이도 그렇다. - P116

개인적인 얘길 꺼내는 건 내가 그때 ‘코치‘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어찌할 줄 몰라 헤맬 때뿐만이 아니라, 잘하고있다고 생각(대개는 착각!)할 때조차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의 나는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뭔가 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신중하게계획된 방법으로 ‘제대로‘ 연습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것은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지금 필요한 건그러므로 ‘관성적으로 연습하기를 멈추고 이성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 P177

"남에게 밧줄을 던져줄 때는 반드시 한쪽 끝을 잡고 있어라…………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슬픔에 빠진 이에게 입증할 수 없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예를 들어 누군가 ‘그분은 더 좋은 곳으로 가셨어요‘라고 한다면, 이때 이 사람은 밧줄의 반대쪽 끝을 잡고 있지 않은 것이다…….… ‘걱정말아요, 괜찮을 거예요‘라고 했다면 이 사람 역시 붙잡을 수 없는 밧줄을 던지는 것이다.… 반면 ‘밤새도록 휴대전화를 쥐고 있다가 당신 전화번호가 뜨면 언제라도 받을게요‘라고 말해준다면 한결 더 낫다. 이는 그 사람이 알수 있는 사실이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신뢰해도 되는 밧줄이다."

『슬픔의 위안』이라는 책에서 이 말을 발견했을 때, 나는 위로하는 법을 몰라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이 문장 - P182

을 읽어주고 싶었다. 슬픔에 빠졌을 땐 말이 정말 중요해진다. 그렇게 평소의 "괜찮아!"가 슬픔 앞에선 ‘무심한 폭력‘으로 둔갑한다. 힘내라거나 잘될 거란 말이 그 사람에게 가닿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위로의 방법을 몰라 무력하게만 느껴질 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시간이 약이에요", "다 지나가요. 괜찮을 거예요"처럼 상투적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말보다 그를 위해 차를 끓이거나 밀린 집안일을 돕는 게 낫다. - P183

"내가 얻은 좋은 기회는 미래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과거의퍼포먼스의 결과다. 과거의 내가 열심히 해서 지금의 나를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미래의 내가 더좋은 기회를 얻으리라. 현재의 내가 누군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나다. 미래의 나여, 현재의 나에게 고마워하길."

『출근길의 주문』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나는 늘 불안에 시달린 내 안의 나와 만나는 느낌이었다. 뛰어나지 않으니 열심히 해야 하고, 비범하지 않으니 성실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주문을 끝없이 외우던 과거의 나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과거의 내가지금의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괜찮은 원고를 쓸 수 있는 게 바로 너라고.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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