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예수는 없다> 오강남
<고래를 기다리며>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천천히 두 시간을 걸으니 야영하기 맞춤한 터가 보였다. 아래로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가고, 주변은 나무가 무성했다. 넓으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평일이어서 공터에는 우리뿐이었다. 캠핑에 승자가 있다면 그는 최고의 장비를 갖춘 사람이 아니다. 평일에 캠핑을 갈 - P157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승자. 그러니 우리의 캠핑은 시작부터 이미 최고일 수밖에. - P158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있는 초소형 독립공화국우주피스가 그런 곳이었다.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너편‘이라는 이름처럼, 빌넬레강 너머에 자리한 예술인 공동체다. 1997년 4월 1일에 만우절 농담처럼 우주피스는 독립을 선포했다. 우주피스에는 계절마다 색이 바뀌는 네 개의 국기와 국가, 고유의 헌법과 화폐가 있다. 대통령이 있고 내각이수립돼 있으며, 물론 군대도 있다. 열두 명의 군인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600명이나 되는 대사들도 활약중인데 대표하는 분야가 좀 이상하다. 고양이 대사, 개 대사, 바람 대사등등이니. 현재 공화국 대통령은 로마스 릴레이키스로 시인이자 음악가, 영화감독이다. 대통령 스펙이 이 정도라면 말다하지 않았나. - P182

제1조. 모든 국민은 빌넬레 강변에 살 권리가 있고, 빌넬레강은 국민 곁에 흐를 권리가 있다.
제5조. 누구나 개성적일 권리가 있다.
제8조. 누구나 익명의 보통의 존재가 될 권리가 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볼 권리가 있다.
제11조. 모든 국민은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개를 돌볼 권리가 있다.
제13조. 고양이는 집사를 사랑할 의무는 없으나 필요한경우 집사에게 협조해야 한다.
제20조. 누구도 폭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
제32조. 모든 국민은 그들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 있다. - P184

올해는 선생님을 뵙지 못하고 지나가는구나 싶어 그리운 마음에 책장에 꽂힌 선생님의 책을 꺼냈다. 선생님과의인연이 시작된 책이다. 2004년 9월 어느 날, 친구 H가 이상한 제목의 책을 내밀었다. "나는 이 책 읽고 교회를 탈출했어. 나를 구원한 책이야"라면서.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한일을 교회를 탈출한 일로 꼽는 친구였다. 그날 건네받은 책「예수는 없다』를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이래도 되나‘ 싶은 내용이 가득했다. 내가 알았던 기독교 세계관과는 완전히 달랐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문자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일 수도 있다, 교인이 교회나 목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적인 사고와 믿음을 갖게 해주는 곳이 교회여야 한다, 인간의 해방만이 아니라 생태계의 해방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구와 인간이 겪고 있는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의 무리가 교회가 되어야 한다 등등. 가히 혁명적이었다. - P207

어떤 상냥한 기운이 내 삶 전체를 두르고 있는 것 같다. 주저앉고 싶어질 때마다 그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어깨를두드린다. 살아라, 살아라,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그렇게. 가진 것 없이 나이들어가는 중년의 삶이 문득 두려워질 때마다 구원의 밧줄처럼 따스한 손길이 내밀어진다. 서로의곁에 좋은 사람이 되어 머물러주는 다정한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코로나 이후 집에 갇혔던 시간 동안나는 삶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들을 만났다. 멀리 가지도 못했는데 나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라는 그 깊고 넓은 존재를, 그 복잡하고 다면적인 얼굴들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내게 호의를 베푸는 걸까.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살아왔다는 것. 그것 하나로 내게 호의를 건네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내게 일어나는 선의의 순환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내 안의 선한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 그 마음은 다른 이에게 오롯이 전해진다. 그 선의를 받은 이가 나에게, 혹은 다른 이에게 다시 선의를 베푼다. 마치 커다란 고리 위에서 물방울이 떼구루루하고 굴러가듯 그렇게 선의가 이어진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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