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통제되는 몸: 낙태금지법의 진짜 욕망

세계적으로 저명한 부인과 전문의이자 《질에 대한 모든 것 The Vagina Bible》의 저자 젠 건터 Jen Gunter는 이처럼 비과학적 견해(나팔관 파열의 치사율이 극도로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와 어떻게든 죄책감을 조장하려는 심리가 결합하는 현상에 대해 트위터에 이렇게 언급했다. "자궁이 아닌 곳에 착상된 태아도 아이다‘라는 진술을 대단한 무언가로 만들지 마라. 자궁외임신으로 인해 복부에 피가 가득 들어찬 여성들을 치료해본 적이 없다면, 누군가를 죽게 만들지 말고 입 닥치고 가만히 앉아서 배워라." 바로 이거다.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배울 생각도 없으면서 임신한 신체를 통제할 특권을 갖고 있다고 믿는 남성들이 너무 많다. 또한 임신을 규제하고 강제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는 이들을 비정한 인간으로 몰아가려는 여성들도 일부 분명 존재한다. - P156

1970년대의 낙태 반대 운동은 낙태에 대한 공격이 (태아의 생명을 중단시켜서가 아니라) 전통적 성역할을 붕괴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로 촉발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린하우스와 시걸은 악명 높은 반여성주의자 필리스 슐래플리Phyllis Schlafly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슐래플리는] 임신중단을 공격하면서 단 한번도 살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슐래플리는 낙태를 성평등 헌법 수정안Equal Rights Amendment, ERA 그리고 육아와 연결시켜 맹비난했다". - P161

여성이 남성에게 언제든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분명 인적 봉사다. 여성은 단순히 아이를 임신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Atwood의]《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에 등장하는 유의 인간의 새끼를 낳고 사육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출산후 여성은 자기 자신을 지워내는 방식으로 아이를 보살펴야한다. (자신의 남성 파트너에게 기대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강도로 말이다.) 그러나 여성이 자신의 인간 됨됨이를 의심받지않을 때조차 그것은 타인의 덕택으로 여겨진다. 여성은 인간존재가 아니라 인간 증여자의 위치를 배정받는다. 즉 감정노동, 물질적 지원, 성적 만족뿐 아니라 재생산노동까지 제공하는 존재 말이다. 그리고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 제공하는 이런 재화들을 받고 누릴 권리뿐 아니라 포기할 권리 또한갖는다고 여겨진다. 권력을 가진 수많은 남성 공화당 의원들이 낙태 금지를 외칠 때, 가장 중요한 예외 대상은 상대 남성이 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한 소위 정부(남성의 외도 상대)일 것이다. - P164

현실에서 양성 화장실에 접근하고자 트랜스여성 행세를 한 시스젠더 남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의 연구에서 드 - P170

러났듯, 2004년 이래로 그런 범죄로 고발된 경우는 미국 내에서 1년에 한 건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굳이 트랜스여성 행세를 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은 시스젠더 남성이 화장실에서 여성을 공격하는 사례는 훨씬 더 정기적으로 발생한다. 바넷 연구팀은 이런 사건이 동일 시간대에 150배나 더 많이 일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트랜스여성의 (혹은 다시 말하지만, 트랜스여성을 가장하려는 시스젠더 남성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되는 걸까? 그리고 왜 시스젠더 남성들이 모든 여성들에게 가하는 실질적인 위협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는 걸까? 트랜스포비아transphobia, 특히 여성혐오와 트랜스포비아가 위험천만하고 유해하게 교차하는 장인 트랜스여성에 대한 혐오가 이에 대한 분명한 답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혐오가 트랜스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 P171

많은 사람들이 이 청년들에게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커녕 공감과 지지를 표했다. 그들이 맥도날드에 들르기 전 구타당한 아라우호의 몸을 [살인을 자행한 장소에서] 150마일 떨어진 시에라 황무지에 묻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말이다. 베처가 언급했듯, 사람들은 피해자를 비난하는 논리에 기대 범죄자들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한 범죄자의 모친은 "당신과 함께 밤을 보내는 아름다운 여성이 실제로는 남성이었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남자도 미쳐 날뛰지 않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크 칼레프Zach Calef라는 이름의 학생 기자는 "아라우호는 그 남자들에게 자기자신에 대해 솔직히 밝 - P174

히지 않았고, 만일 솔직하게 밝혔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라우호의 성별을 착각함으로써 아라우호를 도덕적으로 비방하고, 더 나아가 끔찍한 모욕까지 보탠 것이다. 이 네 남성들의 변호사 중 한 명은 이들이파티에서 아라우호를 살해하기 며칠 전에 이미 아라우호의성기 형태에 대해 유추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홧김에" 그리고순간적으로 "극도의 충격과 놀라움, 당혹스러움"을 느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들은 "너무나 강렬한, 거의 동물적인" 살해 욕구를 느꼈는데, 아라우호의 "성적기만, 속임, 배신"이 그런 욕구를 촉발했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들에는 이 남성들에게 옷차림 너머의 성기 형태에 대해 알아낼 권리는 물론 "미친 듯이 분노할 권리, 심지어는 (그들의 성적 특권의식에 도전한 아라우호를) 살해할 권리가 있었다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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