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체험
제3부 정당화
11장 나르시시즘의 여자

12장 사랑에 빠진 여자

13장 신비주의 여자

나르시시즘은 간혹 모든 여자의 근본적인 태도라고 주장되었다. 그러나 이런 개념을 함부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라로슈푸코François de La Rochefoucauld가 이기주의 개념을 크게 실추시킨 것처럼 그 개념을 훼손시킨다. 사실, 나르시시즘은 아주 명확한 자기소외의 한 과정이다. 즉, 주체가 절대 목표로 설정된 자아 속으로 도피해 버린다. 여자에게서는 다른 여러 가지 태도 - 진정성 있는 것이든 허위의 것이든-가 발견된다. 우리는 그중 몇 가지를 이미 검토해 보았다. 여자는 환경때문에 자기에게로 돌아서고 자기에게 사랑을 바치는 일이 남자보다 더 많다. - P855

모든 사랑은 주체와 객체의 이원성을 요구한다. 여자는 하나로 합치는 두 길을 통해서 나르시시즘에 인도된다. - P855

"나는 무엇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 모든 것이 되기를"이라고 쓰고 있다. 여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많은 여자가 오직 자기들의 자아에만 관심을 국한하고, 그것을 전체와 혼동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 - P856

그녀들은 자기의 공식적인일대기가 자기의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P865

‘사랑‘이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중대한 오해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바이런George Gordon Byron(1788~1824)은 사랑이 남자의 인생에서 하나의 활동에 지나지 않지만 여자에게는인생 그 자체라고, 적절하게 말했다. 니체가 즐거운 지식」에서 표현하는 것도이와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똑같은 말이 남자와 여자에게 사실상 다른 두 가지를 의미하고 있다. 여자가 사랑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명확하다. 그것은 단지 헌신일 뿐만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제약 없이 육체와 영혼을 완전히 주는 것이다. 여자의 사랑을 신앙 19으로 만드는 것은 이러한 무조건성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여자의 유일한 신앙이다. 남자의 경우에 한 여자를 사랑하면 바로 이런 사랑을 여자에게 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여자와 똑같은 감정을 자기에게도 전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전적인 포기의욕구를 똑같이 느끼는 남자가 있다면, 이는 남자가 아닐 것이다. - P877

조르주 귀스도르프Georges Gusdorf(1912~2000)는 저서 『자아의식 La Connaissance desoi에서 남자가 사랑에서 요구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사랑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하면서 우리 자신에게 드러내 준다. 우리는 우리에게 낯설고 보완적인 것과 접촉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확인한다. 의식의 형태로서의 사랑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왔던 풍경에서조차 새로운 하늘과새로운 대지를 발견해 낸다. 여기에 위대한 비밀이 있다. 즉, 세계가 다르고, 나 자신도 딴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나 혼자만이 아니다. 다행히도 누군가가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므로 여자는 남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P911

사랑이 여자에게 최고의 성취라고 남자들은 앞다퉈 주장했다. "여자답게 사랑함으로써 더욱더 여자다운 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니체는 말한다. 발자크는이런 말을 한다. "높은 차원에서 남자의 삶은 명예이며, 여자의 삶은 사랑이다. 남자의 삶이 영속적 행동이듯이, 여자는 오직 자기 삶을 부단히 줌으로써만 남자와 동등해진다." 이 또한 잔인한 속임수다. 왜냐하면 그녀가 제공하는 것을 남자들은 전혀 받으려고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기가 요구하는 조건 없는 헌신도 필요하지 않고, 자기의 허영심을 맞춰 주는 우상 숭배적인 사랑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를 서로에게 전제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남자는 그런 헌신이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는 여자에게 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서도 여자가 주면 그것을 귀찮아한다. 여자는 자기가 한 선물의 무용함이나 자기존재의 무의미함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워한다. 여자가 자기의 연약함이 아닌 강함 속에서, 도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자기 포기가 아닌자기 확립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오면, 그때야말로 사랑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에게도 죽음과 같은 위험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사랑은 여성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여자, 훼손되어 자립하는 것이불가능한 여자를 짓누르는 저주를 가장 비장한 모습으로 집약하고 있다. 여자들에게 궁극적인 구원으로서 불모의 지옥을 제시한 운명의 부당성에 대해서는셀 수 없이 많은 사랑의 순교자들이 증언했다. - P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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