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밀어내는 겁니까?”
경찰관 한 명이 말했다.
"낸들 알겠습니까. 법이
그렇다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당신을 체포합니다." - P12
로자 파크스는 버스에서
백인 운전기사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을 거부하였으며, 이에 운전기사가 부른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되어 구치소에 수감된다. <정희진의 공부> 2월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정희진 샘이 언급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라는 말도 오버랩된다. 정말 흑인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왜 이렇게까지
흑인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내는 것인가.
모두가 내가 당한 일에
대해 분노했고,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흑백 분리 버스를 타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사
일터까지 걸어서 가야 할지라도 두 번 다시 그런 버스를 타지 않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의 내 사건이 흑백 분리 버스탑승 제도에 대한 테스트 케이스(test case, 판례가 되는 소송사건, 또는 어떤 법률의 합헌성을 묻는 소송 - 옮긴이)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닉슨 씨가 내 사건을 테스트 케이스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어머니와 남편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파크스는
처음에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클로데트 콜빈 사건 당시 다중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처절하게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논의했고 또 논쟁했다. 마침내
어머니도 파크스도 닉슨 씨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들도 흑백 분리 버스제도에 반대했고, 그것과 싸울 결심을 굳혔다. 고소인이 없는 한 판결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바로 그 고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 P143~144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서 내향인이지만 강인하게 자신의 의지를 실천하는 인물로 로자 파크스가 언급되어 있다. 로자는 의도하지 않은 본인의 사건을 통해 법을 바꾸고자 하는 변호사 및 활동가의 의견에 본인의 사건을 테스트
케이스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로자는 본인으로 인해 촉발된 몽고메리 버스 흑백분리 반대 운동을 진행하면서도
절대 앞에 나서지 않고 연설을 하지도 않지만, 본인을 필요로 하는 회의가, 어떤 도시에서 개최되든 참석하여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본인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고 유명해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백인들의 폭언과 협박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녀는 숨지
않는다. 그녀가 필요한 일이라면 조용하게 무엇이든 한다.
나는 유권자 등록을 하기로
결심했다. 처음 등록을 시도한 것은 1943년이었다. 사무소에서는 매일이 아니라 어쩌다 한 번 등록 업무를 보기 때문에 날짜를 미리 알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기 마련이었다. 그들은 언제 유권자 등록 업무를 보는지 미리 공개하지도 않았다. 개인이
전화를 걸어 물어야만 알려주었다. 따져보니 그들은 어쩌다 한 번, 그것도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등록 업무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시간에는 대부분의 흑인들이 일을 하느라 사무소에 갈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 터였다. 설혹
짬을 내어 사무소에 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정오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그들은 즉시 사무소 문을 닫아버렸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이모든 것이 흑인을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사히 사무소 안에 들어가는데 성공해도 등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전에는 재산을 소유한 흑인만 등록을 해주었었다. 내가 등록할 무렵에는 재산을 소유하거나 문해 시험에
통과한 사람만 등록이 허락되었다. – P87~88
인두세는 일 년에 1.5달러였고, 모든 등록 유권자들은 반드시 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인두세를 소급해서 내야 한 사람들은 거의 다 흑인들이었다. 스물한
살이면 유권자 등록을 하는 백인들은 그 때부터 매년 1.5달러씩 내면 그만이지만 유권자 등록을 거부당했던
흑인들은 등록 즉시 스물한 살 때부터 소급해서 적용된 금액을 내야 했다. 1945년, 즉 내가 서른두 살에 등록 유권자가 되었으니 11년 치의 인두세를
한꺼번에 내게 된 것이다. 당시 돈으로 16.5달러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 P89~90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흑인들이 유권자 등록을 하는 것에도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선거권을
획득했다고한들 실제 투표를 위한 유권자 등록에서 포기하는 흑인들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유권자 등록은
그렇게 방해하면서 일단 유권자 등록이 되면 법적으로 유권자 등록이 가능한 21살때부터 실제 등록한 시점까지의
밀린 인두세를 10년치든 20년치든 한꺼번에 내야 한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흑인들에게 밀린 인두세를 내게 하는 것도 선거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한 방편이었으리라.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악랄한 것인지.
미스 화이트에서 배운
것 중 최고를 뽑으라면, 나도 존엄한 한 인간이라는 것, 흑인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주눅 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우리가 꿈과 야망을 갖도록,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도록 가르쳤다. 물론
학교를 통해서만 그것을 배운 것은 아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의 조부모님과 어머니를 통해서 익히
배운 바 있다. 미스화이트 선생님들은 내가 집에서 배운 이러한 지식을 거듭 일깨우고 강화시켜 주었다. - P59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로자의 사건이 아주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고, 버스 탑승 거부 운동이 우연히 들불처럼 일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로자는 이미 준비된 사람이였다. 로자는 나도 존엄한 한 인간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흑인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버스 탑승 거부 운동이 장기적으로 정착되어 마침내 법이 바뀔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사람과 협회가 조직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였는지, 이미 준비된 사람과 조직이 기회를 기다렸고, 마침내 로자라는 적절한 기회가 왔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성취였다.
우리에겐 마틴 루터 킹도 필요하지만 로자 파크스도 필요하다.
<사라, 버스를 타다>는 로자 파크스의 이야기를 사라라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이다. 이 책이 집에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첫째가 알려주어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