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가 말했다. "의사한테 진찰은 받아봤어, 찰리 형?"
"응. 나더러 마음을 편안히 먹으래. 그래서 집에 온 거야."
"너무 열심히 노력하다가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야."
"아냐,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아. 의사는 그냥 마음을 편안히 먹으라는 말만 했어."
레니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찰리는 레니가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뭐라고 말할지 알 것 같았다. "찰리 형한테 무슨 걱정이 있나 봐요." 그러면 어머니는 얇게 저민 감자를 끓는 기름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끔 찰리를 보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것 같더라. 게다가 찰리도 네가 자기와는 달리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아니까." 어머니는 레니와 조심스럽게시선을 교환한 뒤 다시 말할 것이다. "여기에 와서 보내는 시간이 찰리에게는 힘들 거야. 모든 게 다르잖니. 그런데 여길 떠나서 그쪽에 가면 또 모든 게 다르고."
"걱정 마세요, 엄마."
"걱정 안 해. 찰리는 잘할 거야." - P161

"엄마는 다 눈치채고 있어. 지난번 형이 떠난 뒤에 엄마가 울었어."
"뭐라고?" 찰리는 죄책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면의 목소리가 적절하게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 찰리는 그 목소리를 통해 말할 수 있었다. "우리한테는 어머니를 무슨 하인처럼 대할 권리가 없어. 베티는 음식이맛이 있네 없네 떠들어대고, 아버지는 이런 음식이 싫네 좋네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어머니는 부엌에 서서 우리 비위를 맞춰주잖아. 하인처럼."
"어젯밤에 고기에 기름이 붙은 게 싫다고 엄마 거랑 바꾼 사람이 누구더라?" 레니가 말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나무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나는 다른 식구들이랑 똑같이 굴었을 뿐이야." 찰리가 말했지만, 마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화가 나거든." 이번에는 진심 같았다. 그리고 타이르듯이 말을 이었다. "마을 여자들은 전부 그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누군가가 여자들의 일을 질서 있게 정리해서 여자들이 가끔 반나절 정도 쉴 수 있게 해줘도 여자들은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이겠지. 일을 그만두질 못해. 어머니를 봐. - P165

그가 소리 내어 말했다. "사실 의사 말이 옳았어요. 좋은 뜻에서 한 말이니까. 그런데요 마이크, 난 해내지 못할 거예요. 실패할 것 같아요."
"뭐, 그런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
"세상에, 내가 그래서 아저씨를 좋아한다니까요. 인생을 넓게 바라보시니까."
"금방 올게." 마이크가 손님을 맞으려고 가면서 말했다.
일주일 전 찰리는 등사기로 찍은 전단을 손에 쥐고 의사를 찾아갔다. 전단에는 ‘학부생들의 신경쇠약 증가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찰리는 제목 아래의 본문 중 다음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노동계층과 중하층 가정 출신으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특히 취약하다. 그들에게 학위는 몹시 중요하다. 또한 그들은 낯선 중산층 관습에 적응하느라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은 기준의 충돌과 문화적 충돌의 희생자이며, 자신의 출신 계급과 새로운 환경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 P169

그의 살이 거부감으로 딱딱하게 굳은 것을 느낀 부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나지 않고 말했다. "자, 봐요,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어요, 그렇죠? 내 말은, 힘든 일도 의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
그녀는 걱정스러우면서도 확신이 있는 표정으로 그를 마주보며 기다렸다.
얼마 뒤 찰리가 말했다. "네,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빙긋 웃으며 객실로 돌아갔다. 곧 찰리도 그 뒤를 따랐다.
- 영국 대 영국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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