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만 해도 나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서점을 찾는 이들을 무지막지하게 원망했다. 나는 서점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아이들이 끈적끈적한손으로 책장, 특히 값비싼 희귀본이 진열된 책장을 만지는 걸 바라는 서점 주인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부모는 기저귀와 페파피그*, 토사물로 점철된 세상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문화의 향기를 맡고 싶어 한다는 것을. 나는 부모가 아이들을 서점에 데리고 와 한쪽 구석에 내버려두는 이유를 이해한다. 그렇게 1, 2분이라도 아이들에게서 도망쳐 존 버컨의 알려지지 않은 책이나 마크 트웨인의 《아담과 이브의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참고로 마크 트웨인의 《아담과 이브의 일기》는 아이의 엉덩이를 닦아주고 밥을 챙겨주는 사이 그 찰나의 순간에만 독서가 가능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작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주 짧고 정말 완벽하며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 P41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중 최악은 두말할 것 없이 농부들, 특히 결혼하지 않은 남자들이다. 이 불쌍한 종자들은 보통 바람이 휘몰아치는 축축한 산 중턱에서 그들이 기르는 가축의 궁둥이에 몰두한채 꽤나 외로운 삶을 살기에, 인간적인 교류가 상당히 소중하다. 그들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고립된 삶을 살다 보면 생각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상당히 광범위한 관점과 견해를 갖게 되지만 애석하게도 이를 공유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서점은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샌디는 위그타운 남쪽에서 밭 몇 뙈기를 경작하는 사랑스러운 친구지만, 그가 서점 쪽으로 걸어오는걸 보는 순간 나는 오늘 오전은 날아갔다고 생각한다. - P86

하품하는 배우자
학명: coniuna vexata (코니욱스 웩사타)

이들은 특정한 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가 서점에서 지루할 수 있다니 나는 당최 이해되지 않는다. 글을 읽지못하는 사람은 예외로 둬야겠지만, 그러면 모든 성인이 예외가 된다.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조지 R. R. 마틴의 말을 인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독자는 죽기 전에 천 번의 삶을 산다. 하지만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라는 그의 말을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루한 배우자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 P87

자비출판 저자
학명: homo qui librum suum edidit (호모 쿠이 리브룸 숨 에디디트)

이 유형을 얼쩡거리는 사람에 넣은 이유는 그들의 요구에 응할 때까지 그들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책을 쓴 사람을 비하하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다. 내 문학적 시도 역시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온라인 서평을 읽는 건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게다가 오늘날 자비 출판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자만‘ 출판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지도 않으며 역사적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대문호에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는 자비 출판이었다. 베아트릭스 포터조차 《피터 래빗 이야기》를 자비 출판했다. 자비 출판은 문학계에서 매우 존경받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준 한편, 문학계의 수많은 난쟁이를 위한 수문을 개방하기도 했다. 대형 출판사가 지닌 시장 지배력과 홍보 수단, 유통망이 없는 상당수가 모든 역할을 직접 떠맡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 P89

규모를 줄이려는 이들은 쉽게 눈에 띈다. 그들은 보통차에서도 다운사이징을 감행해 오래된 폭스바겐 차를 훨씬 더 작은 새 차로 바꾸기 때문이다. 수염 난 연금수령자가 빨간색 신형 닛산 미크라의 트렁크에서 책으로 가득한바나나 상자를 꺼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면, 전문가의 입장에서 나는 30초 후 ‘다운사이징‘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거라 장담할 수 있다. 규모를 줄이려는 이들에게는 의기양양하면서도 아련한 면이 있다. 물론 그들은 은퇴했고 시간과 돈이 있으며 확실히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 왔기 때문에 행복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때 그들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을 자기 손으로 처분하기 때문에 - P111

슬프기도 하다. 자녀들은 집을 떠나고 나이는 일흔다섯에 접어드신 이후 어머니가 가장 즐겨 하는 말씀을 인용하면, 그들은 ‘이제 지뢰밭에 있으며’ 스스로 규모를 줄여 들어간 집은 아마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낼 장소가 될 것이다. - P112

그래픽노블 팬은 이와 비슷한 부류지만 살짝 밝은 검은색이다. 그래픽노블은 최근 들어 문학 비평계의 시궁창에서 벗어나 깜짝 놀랄 만한 스타의 반열에 당당하게 올라섰다. 2018년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는 부커상 후보명단에 올랐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닐 게이먼의 《샌드맨》은 문학적으로 그보다 뛰어나지는 않을지 몰라도그만한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래픽노블 팬은 SF 팬과 외모가 비슷하지만 팬심은 보다 진심이다. 우리 서점에 그래픽노블을 파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 한 번 있을 때마다 꽤 많이 들이게 된다. 그래픽노블을 찾아 서점에 들르는 손님 역시 대부분 엄청나게 많이 사간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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