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가로 다가갔다간 물러나고, 다시 돌아왔다간 또다시 멀리 물러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무엇을 구걸할 권리도, 이처럼 고독한 지경에 빠져 있는 나에게 관심을 기대할 권리도 없다는 것을 의식하기만 하면 내 발길은 인가로부터 밀려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이처럼 굶주리고 길 잃은 개처럼 헤매는 동안 오후는 저녁나절로 바뀌었다. - P179

"그건 어려운 일이지. 아마 이 여자는 친구들과 무슨 오해가 생겨 무작정 그 사람들 곁을 뛰쳐나온 양갓집 아가씨 일지도 모른단 말이야. 고집 센 여자만 아니라면 다시 그들에게 돌려보내 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얼굴을 보아하니 고분고분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은 고집스러운 선이 보인단 말이야." 그는 한동안 나를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덧붙여말했다. "똑똑하게 생겼는데 예쁜 얼굴은 아니군."
"병이 났잖아요, 세인트 존."
"병이 났든 건강하든 예쁘지 않은 것은 틀림없어. 우아함이라든가, 미(美)의 조화 같은 건 전혀 볼 수 없는 얼굴이야." - P202

"몹시 시장하셨군요." 그가 말했다.
"네." 간단한 것에는 간단한 것으로, 솔직에는 솔직으로 응하는 것이 나의 습관, 본능적인 나의 습성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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