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추운 거야. 병들었어. 게다가 바보야."
"그걸 증명해 주세요." 내가 대답했다.
"간단히 몇 마디로 짧게 말해 주지. 당신은 추운 거요. 그건 외로우니까 그런 거야. 누구와도 친밀하게 지내고 있지 않으니까. 모처럼 당신 마음속에 불이 타고 있더라도 그것을 밖으로내뿜을 만한 기회가 없단 말이야. 병들어 있소. 왜냐하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훌륭하고 고상하고 즐거운 감정이 언제나 당신과는 먼 거리에 있으니까 말이오. 바보인 까닭은 그처럼 고통을 받으면서도 그 감정을 당신이 손짓해서 불러들이지 않거니와 그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것을 만나기 위해단 한 발짝도 내디디려 들지도 않으니까 말이오."
노파는 또 그 짧고 검은 파이프를 입에 물고 힘 있게 뻐끔뻐끔 빨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하겠지요. 웅장한 저택에서 고용인으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만하면 말이에요." - P354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작별의 격식을 어떻게 차리는지 가르쳐 주겠소, 제인? 난 전혀 모르겠는데."
"안녕……… 하든지, 멋대로들 하죠."
"그럼 어디 해 봐요."
"안녕히 계세요, 로체스터님.당분간."
"나는 어떻게 해야지?"
"마찬가지죠."
"안녕히 가세요, 미스 에어. 당분간 됐나?"
"네."
"거, 내 생각엔 너무 야박하군. 거기다 멋없고 친절미도 없고, 좀 다르게 했으면 좋겠는데. 이 격식에 좀 덧붙여서 말이야. 예를 들어 악수를 한다면………. 아니야, 그것도 신통치 않아. 그래 ‘안녕‘ 하는 인사밖에는 더 해 줄 수 없소, 제인?"
"그거면 충분해요. 진정에서 나오는 한마디라면 수천 마디의 말에 담을 수 있는 것과 똑같은 호의를 담을 수 있어요."
"그것도 그럴 법하군. 그러나 너무 공허하고 너무 썰렁해……… 안녕이라니"
‘도대체 이분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문에 기대어 서 있을 참인가?‘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어서 짐을 꾸리기 시작하고 싶은데, 만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러자 돌연히 그는 사라졌다. 말 한마디 더 하지 않고, 그 후로 나는 그날 종일 그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튿날은 그가 일어나기 전에 떠나와 버리고 말았다. - P4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