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첫장부터! 가엾은 제인.

크나큰 소용돌이가 치는 북해가
세상 끝 벌거숭이 외진 조막섬들을 씻고
대서양의 파도는 폭풍 휘몰아치는
헤브리디스섬 사이로 밀려든다. - P9

"억울해! 정말 억울해!" 괴로운 나머지 순간적이긴 하지만 올된 힘에 밀려 내 이성은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같은 투로 자극을 받은 결단력도 견딜 수 없는 압박에서 벗어나려면 엉뚱한 비상수단이라도 쓰라고 부채질하는 것이었다. 도망쳐 나가든가, 아니면 식음을 전폐해서 자살을 하든가 하라고. - P22

"그 오래전 옛날에" 부분은 장송곡 중에서도 가장 슬픈 가락처럼 울려 나왔다. 그러더니 베시는 다른 담시를 노래했는데 그것은 정말 구슬픈 노래였다.

내 발은 아프고, 내 몸은 지쳤다.
갈 길은 멀고, 산은 험하구나.
가여운 고아가 가는 길 위로
달도 없이 황혼은 내리는구나.

바윗돌 우뚝우뚝한 황야로
어찌 나 홀로 멀리 가야만 하는가.
인정은 메마르고, 오직 천사만이
가여운 고아의 발길을 지켜보는구나.

소슬바람 불고 밤하늘에 구름 없고
별빛은 총총한데, 자비로운 신은
가여운 고아에게
희망과 위안을 내려 주시네.

망가진 다리로 떨어질까, - P34

헛보고 늪에 빠질까
아버지는 축복과 약속으로
가여운 고아를 안아 주시네.
집도 절도 일가친척 없어도
굳은 마음 내 속에 있어라.
천국의 나의 집, 안식도 거기 있으니
신은 가여운 고아의 친구여라. - P35

이 침대 속으로 나는 언제나 인형을 가지고 들어갔다.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법이다. 달리 애정을 쏟을 만한 그럴듯한 것이 없었던 나는 조그만 허수아비처럼 초라하고 퇴색한 우상을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가운데서 즐거움을 구했다. 그 조그만 인형이 살아 있어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얼마나 바보같이 고지식하게 그것을 사랑했던가를 회상해 보면 내가 생각해도 묘한 느낌이 든다. 인형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누워 있으면 나는 얼마간 행복스러운 기분이 되는 것이었고 인형 또한 그러리라고 여겨졌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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