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람들은 안다.
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될 것임을
- 존 버거 - P222

인간은 누구든지 국가나 자본 혹은 복지체제에 이바지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이 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람들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발언 속에서 개인의 존재를 다분히 도구시하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무례함과 몰이해를 드러내면서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인생까지도 비하(下)하는 기묘한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 P223

국가란 본래 풀뿌리 민중의 삶에 대하여 진정으로 친화적일 수도, 우호적일 수도 없는 권력기구이다. 국가는 징세(稅)와 공공사업과 복지서비스라는 형태를 통해서 재분배라는 기능을 행사하지만, 그 재분배란근본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민중에 대한 수탈을 지속하기 위한 방책일 뿐인지도 모른다. 폭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국가라는 괴물은 자기확대의 욕망 때문에 쉽사리 자본과 손을잡으면서, 풀뿌리 민중의 요구는 간단히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린다. 이것은 국가의 체질화된 뿌리 깊은 습성이다. - P227

그러니까 바람직한 것은 개인의 이익추구가 그대로 공동체의 전체적이익과 조화 내지는 양립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민주주의를 논하면서 토크빌이 언급한 "올바르게 이해된 자기이익"이라는 개념이다. 1830년대에 미국을 방문했던 이 프랑스 지식인의 눈에비친 미국사회의 괄목할 만한 특징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가 특히 주목했던 게 미국에서는 구대륙과는 달리 "이익을 떠난 희생이라는 관념이 희박하다는 사실이었다. 토크빌은 미국에서는일반적으로 덕행은 숭고하거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유익한 것으로이해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미국 사람들은 동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그런 희생이 결국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위대한 것은 무사무욕(無私無慾)이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된 자기이익"이다(《미국의 민주주의》, 제2권, 1840). - P229

그리하여 지구생태계의 전면적인 붕괴가 임박한 시점에서도 국가는 기껏해야 ‘녹색성장‘을 운위할 수 있을 뿐이다. 녹색이란 무엇보다 인간생존의 자연적 한계를 예민하게 의식하는 토대 위에서 비폭력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가치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절대로 성장논리와 양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P231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단순히 현재의 연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구히 산업국가의 틀 속에서 살아가는 것 이외의 삶의 방식을 상상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국가는 뿌리로부터극복해야 할 시대착오적인 유제(制)이다. 산업국가의 틀은 그것이 아무리 복지체제를 갖춘다 하더라도 자유로운 영혼에게는 근원적인 질곡일 뿐이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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