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일움 [외모 통증 생존기] - 197페이지

외모 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선언은 쿨한 멘트에 그렇지 못한 태도에서 불안과 공허함 따위가 발견되기도 한다. - P183

어린 여자들의 안전은 꽁꽁 싸매진 몸이 아니라 안전한 거리로부터 나온다. 나는 더 이상 고통으로 위협당하며 얼마나 꾸밀지를 허락받기 싫다. 꾸밀 권리는 나의 것이고, 고통 없는 세계를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정말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나의 민소매 차림을 지적한 엄마는 밖으로 드러난 살결이 두려웠는지, 팔에 쏟아지는 시선 폭력이 두려웠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 두려움을 우리가 떠안지 않고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말이다. - P194

나는 서울로, 수도권으로 ‘망명‘을 가지 않고 대구에 남아 청소년 페미니즘 활동을 한다. 나는 계속해서 지금 여기의 여성 퀴어 청소년으로서 자유를 찾아 나설 것이고, 그와 함께 나와 내 친구들은 아마 영영 외모를 가지고 아파할 것 같다. "제일 외모 통증이 덜한 때는 언제야?"라는 나의 질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라고 답한 친구가 기억난다. 그 친구를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사후 묘비에나마 ‘이제 외모에 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들 지금 편안하길 바란다. 다들 자기 살을 잘 붙이고 덜렁덜렁 터덜터덜 삐질빼질 쿵쾅쿵쾅 다니길 바란다. 동네에서 뻥 뚫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간간이 외모 통증을 언어화하며 살아가길. 이상할 만큼 정말로 괜찮은 어떤 날에 우리는 모두 덩어리진 생명일 뿐이었으니까.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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