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난하게 늙어서 스스로를 돌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오랫동안 활동적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갑자기 존엄과 정체성을 잃고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버려지고 소외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 P120
마르틴 베크는 집을 둘러보면서 한없는 슬픔을 무지근하게 느꼈다. 서랍과 수납장을 다 열어보았다. 기본적인 가재도구 외에는 별것 없었다. - P128
사크리손은 풀이 죽었지만 기어이 염세적인 한마디를 보태고야 말았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는 법입니다." - P204
에이나르 뢴의 방은 쿵스홀름스가탄의 경찰 본부 건물 뒤편에 있었다. 그 방 창문으로 바깥의 땅에 난 거대한 구멍이 내다보였다. 머지않아 그곳에서 국가경찰위원회의 거인 같고 번지르르한 건물이 솟아나서 시야를 가릴 터였다. 경찰은 스톡홀름 중심부의 초현대적 거대 건물에서 사방팔방으로 촉수를 뻗어 실의에 빠진 스웨덴 국민들을, 적어도 국민들 중 일부를 철통같이 붙잡을 터였다. 좌우간 온 국민이 이민을 가거나 자살을 할수는 없을 테니까. - P240
마르틴 베크는 1971년 4월 운명의 날에 벌어졌던 일을 찬찬히 분석해볼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진작 그때 자신이 도덕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잘못 행동했다는 결론을 내린 뒤였다. 자신이 이 결론에 다다르기 한참 전에 똑같이 생각했던 동료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신은 바보처럼 굴다가 총에 맞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문에 더 높고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될 판이었다. 마르틴 베크는 화요일 저녁에 자신의 상황을 숙고했다. 하지만 다시 베스트베리아의 사무실에 앉자마자 그 생각은 그만두었다. 대신 수요일 내내 혼자 사무실에 앉아서 무심하되 냉정하리만치 체계적인 태도로 스베르드 사건에 집중했다. - P262
어느 순간에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앞으로 일에서 최대한으로 바랄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상태, 즉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서 타당한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 P262
콜베리는 새 손목시계를 보았다. 세탁기에 넣고 돌렸던 것과 같은 메이커에 같은 모델이었다. 콜베리는 두어 시간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허기가 지기 시작한 차였다. 어디서 읽었는데, 살을 빼려는 사람은 덜 먹되 자주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언의 뒷부분만큼은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P300
삼 년 동안 모니타는 스톡홀름 남부 교외에 있는 화학 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혼하고 딸과 둘만 남자 근무시간이 더 짧고 급료도 낮은 교대 업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덫에 걸린 기분이었다. 절망한 나머지 모니타는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하지 않은 채 충동적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 P322
가끔 밤중에 책을 읽기에는 너무 피곤하고 잠들기에는 너무 초조해서 거실과 부엌을 무작정 오락가락할 때면 금방 미칠 것만 같았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광기가터져 나올 것 같았다. 모니타는 자주 자살을 생각했다. 절망과 불안이 너무 날카로울 때 오직 아이를 위해 자살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P325
토요일과 일요일이 못 견디게 공허하게 느껴진 것은 전날의 근거 없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초조했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갇힌 기분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에는 심지어 증기선을 타고 마리에프레드까지갔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밖에서도 여전히 갇힌 기분이었다. 자신의 삶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는 것 같았고 왠지 이 사실을 예전처럼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니 다수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듯 보였다. 그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 P389
문득 승진에 관한 끈질긴 소문이 떠오르자, 그는 전에 없이 심란해졌다.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던 십오 개월 전 그 순간까지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그것, 즉 책상에 매여 있어야 하는 업무를 받는 것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좋았다.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좋았다.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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