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때는 전화를 놓기 위해서 이사하는 날에 맞춰 전화를 설치해달라고 전화국에 미리 계약금을 주고 기다려야 했다. 전화가 들어온 날은 아파트에 대부분 다같이 전화가 들어오게 되어서 동네가 축제 분위기였다. 우리 집전화번호 뒤 네 자리는 아직도 이때 우연히 주어진 번호를 사용하고 있고, 식구들의 휴대폰 번호도 이 숫자로 했다. 때로는 전화번호가 가계도가 되기도 한다. - 이옥선 - P254

사실 젊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혼돈을 겪어야 하는 힘든 시절인지도 모른다. 그 치기와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진로의 탐색 등등. 그런데 말이지 살아보니 아웅다웅하고 잘난체하고 콧대를 세우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관계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별 관심이 없어진다. 서로 편한 사이면 좋고, 까탈을 부리거나 좀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 P277

이 차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광고 카피가 ‘소리 없이 강하다‘였는데 요새 이 차를 운전하면 완전히 탱크 소리를 낸다(사실은 탱크 굴러가는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직 씩씩하게 잘 달린다. 세차를 자주 하지 않아도 별 티가 나지 않는 우중충한 색깔이라 우리 식구들은 이 차 색깔을 두고 보때색(때를 보호하는 색)이라고 한다. 범퍼의 네 귀퉁이는 조금씩 흠집이 나 있고 차체 이곳저곳 긁힌자국도 나 있어서 그렇지 속은 말짱하다고, 자주 들르는 카센터 아저씨가 보증을 해주었다. 이 카센터 아저씨와는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아저씨 말에 따르면 전체 주행거리가 많지 않고 자신이 차의 내용을 잘 알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 P286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어떤 것이 있기 마련인데 어릴 때부터 독서, 독서 하면서 아이들이 독서에 반감을 가지게 해놓으면 남의 글을 허투루 훑어보고는 엉뚱한 비평을 하거나 제대로 이해를 못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매체에 글을 몇 편 올리면서 느낀바이기도 하다. 이제는 꼭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도 있고 온갖 압축된 글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이걸 잘 읽어야 이해를 할 테니, 굳이 책이라는 형태로 되어있지 않더라도 남의 글을 의도한 대로 잘 읽는 연습 정도는 해야할 것 같다. - P296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는 행위로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을 고문하는 남자 사람이 우리 집에도 있다. 본격적으로 야구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자기가 응원하는 ‘놋대야‘ 팀이 야구를 하면, 거실에 있는 TV를 크게 틀어놓고 본방송은 당연히 보고 방송 3사의 스포츠 뉴스는 물론이고 이어서 <아이 러브 베이스볼> 기타 등등을 다 보고도 뒷날 아침에 일어나서 재방송까지 보고야 마는 이런 사람은 당연히 구속 입건 수사해야 할 대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309

자, 다시 한번, 그렇다면 운이 좋다는 것은 뭘까? 운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운이 좋은 사회일까? 운이 좋은 사람이 적은 사회가 운이 좋은 사회일까? 나는 나이를 제법 먹었지만 딱히 이것이다 싶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많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다만 인용하고 싶은 어떤 구절이 있다.

자연은 푼돈까지 일일이 세고, 칼같이 시간을 따지며, 가장 미미한 사치까지 꾸짖는 인색한 회계사다.
-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자연 대신에 우주의 섭리라고 써도 좋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진리이다. - P326

『노년예찬』(콜레트 메나주)이란 책의 부제가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이 말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젊었을 때는 먹고사느라 고생고생했는데 늙어서도 그래야 한다면 사는 재미가 없지 않나. 그러니 젊었을 때 고생을 하더라도 나이 들면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늙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든 사람은 행복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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