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뒤, 군이 물었다. "렌나르트, 그런데 왜 그렇게 비참해 보여?"
콜베리는 샤워하고, 식사하고,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다시 샤워하고, 이제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앉아서 찬 캔맥주를 들이켜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비참하니까." 그가 대답했다. "이 망할 일 때문에……."
"그만둬."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냐."
콜베리는 경찰관이었다. - P181

그런데도 콜베리는 두 사람을 가급적 빨리 붙잡아야 할 것 같다는 직감을 떨칠 수 없었다.
왜?
나도 어느새 경찰관의 직업병에 잡아먹힌 거지, 콜베리는 우울하게 생각했다. 이십삼 년 동안 일하다 보니 인간이 완전히 망가진 거지. 더는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거지.
이십삼 년간 매일같이 경찰관들과 접촉하다 보니, 이제 그는 다른 세상과 제대로 된 관계를 유지할 능력을 잃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솔직히 완벽하게 자유로운 기분은 아니었다. 마음속에 늘 뭔가 찜찜한 것이 있었다. 콜베리가 가족을 이루기까지 아주 오래 기다렸던 건 경찰이 여느 직업과는 다르기때문이었다. 경찰은 전적으로 헌신해야 하는 일이었다. 한순간도 맘 편히 쉴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매일 대면하다 보면 결국 자신도 비정상이 되기 마련이었다. - P205

"마르틴처럼 정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이에요."오사 토렐이 말했다.
저 말은 사실 마르틴 베크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 싫어하는데다가 대화중에 시위, 암살, 정치 개입에 관련된 말이 나올라치면 얼른 입을 다문다는 뜻이었다. - P213

"쌍, 이번엔 또 뭐예요?" 여자가 말했다. 콜베리는 종이를 내밀면서 말했다. "이집 수색 영장입니다. 직인도 서명도 있어요. 내가 직접 요청했고, 검사가 승인했습니다."
"지옥에나 가라지." 헬레나 한손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지만 됐어요." 콜베리가 상냥하게 대꾸했다. "여기를 잠시 둘러봐야 하니까." - P234

치밀하게 계획된 듯한 강도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에 가까운 우발적 범죄였다. 불행한 사람이나 신경쇠약자가 제 의지와는 달리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린 경우였다. 거의 모든 경우, 술이나 마약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유례없는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의지가 약하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어서 몰지각한 행동으로 내모는 대도시의 무자비한 논리, 사회 시스템 그 자체였다. - P239

사크리손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제발 보통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해봐. 미국 무역센터 앞을 지키고 선 경호원처럼 보이지 말고." - P245

"흠. 만약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마르틴 베크가 물었다.
"나한테 묻지 마. 내가 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나한테 없다는 사실뿐이니까." 콜베리는 슬픈 사실을 잠시 곱씹는 듯하다가 말했다. "아무튼, 검사에게 뭐든 해줄 말이 있어야 해." - P291

마르틴 베크는 어떤 어려운 수사에도 이렇듯 잠잠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다. 이런 시기는 며칠 혹은 몇 주 이어질 수 있었고, 영원히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자신들의 수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쓸 수 있는 자원은 바닥난 듯했으며, 단서는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 P307

자신이 쓴 것을 들여다보면서, 콜베리는 이 우울한 표에 꼭맞는 제목을 떠올렸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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