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 티베트족들이 일반적으로 채용하는 장례방식. 죽은 사람의 시신을 특정한 장소에 가져다 놓은 후, 독수리에게 먹이는 것이다.

티베트 눈의 여자
인도 쥐
날것 그 자체

눈의 여자는 우리가 언젠가 잃은, 그러나 우리에게 있었던, 어떤 형상일지도 모르겠다. 간직하고 있었지만 한번도 꺼내 본 적이 없는 형상. 그래서 점점 커져버린 형상,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맥 언저리에 사는 이곳 주변의 나라들 곳곳에서 눈의 여자의 이름은 각각 다르게 불린다. 그 이름이 다른 만큼 의미도 다르다. ‘그녀 설인‘ ‘악마의 할머니‘ ‘끔찍한 설인‘ ‘창녀‘ ‘갈색곰‘ 등등.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여성을 비하해 부를 때의 명명들이다. 눈의 여자가 설인이든 웅인이든 갈색곰이든 귀신이든 간에 눈의 여자는 행실이 나쁜 여성‘이다. 이제 눈의 여자는 안팎에서 ‘그년/눈의 여자’라 불린다. - P51

그리하여 이곳 사람들이 그년/눈의 여자에 대해 말하거나, 혹은 말을 삼가는 것 자체가 ‘더러운 성스러움‘이 되는 것이다. 그년/ 눈의 여자는 우리가 단군신화 속에 들어앉힌 웅녀처럼 잃어버린 시원이자, 잃어버린 어머니, 곰이라고 하대해 부르면 기분 좋은 여성적 존재다. - P55

포탈라궁의 입체 만다라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고, 호화롭다. 가운데 황금탑이 세워져 있고 그 마지막 테두리에는 천장 하는 모습이 그대로 조각으로 재현되어 있다. 작은 사체들이 즐비하게 뉘여 있고, 반쯤 벗겨진 살, 내장들, 천장을 집행하는 라마승, 피, 독수리들이 정교하게 인형들로 빚어져 탑 둘레를 감싸고 있다. - P59

나는 그곳을 떠나 히말라야를 굽이굽이 내려왔다. 수목한계선을 지나자마자 밀림은 우거지고 기나긴 폭포는 맹렬히 소리쳤다. 내 생애 중 초록색이 그렇게 징그러워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있는 곳‘에 도착했다는 슬픔이 그렇게 클 줄 몰랐다. - P64

이곳에 온 사람들은 누구나 이들의 방대한 신화와 철학, 아름다운 성과 신전과 궁전, 유물에 놀란다. 그러다가도 거리에 넘쳐나는 오물과 사람 사이에서, 자신들이 밀실에서 처리하던 일을 백일하에 처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고는, 마치 인간들의 발꿈치 아래 몰래 숨어서 서식하는 쥐들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마주친 듯, 단신으로 쥐 떼와 마주 선 듯, 못 볼 것을 본 듯비명을 지른다. 밭에서 아침 용변을 보면서 여자가 나에게 손을 흔든다. 하이! 물론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고개를 돌린다. 마시던 찻잔을 움켜쥐고 아침산책을 종료한다. - P74

이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을 떠나보내고 우는 역할을 싫어한다. 직접 싸운다. 그리고 모두 죽인다. 어머니가 불가촉천민의 욕망을 현현한다. 혹은 민족운동을 현현한다. 어머니가 자식들을 억누르는 문화와 제도를 응징한다. 검은 어머니는 관습적인 여신의 모습에 대한 도전이다. 사랑스러운 아내여신, 현모양처여신들에 대한 저항이다. 야성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날것 그 자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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