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 완벽한 페미니즘이라는 환상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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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흔적과 과정을 숨겨야 마땅한 존재이기에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여자'에 대한 혐오가 표출되기도 한다. "여성들 '길거리 화장' 자제하길"이라는 기사까지 나올 지영이다. 냄새를 비롯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요소가 있다는 주장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단속하려는 태도는 단지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 아니다. 가리고 수줍어하는 것이 '여자다움'에 맞는 행동이므로 화장하는 과정을 공공장소에서 뻔뻔스럽게 노출하는 여성을 거북하게 바라본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여자의 태도에 당혹스러워한다. - P105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여자' 이야기에 뜨끔하다. 나도 아침 출근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불편하고 민망하다. 왜 불편할까? 왜 민망할까? 여자들이 꾸밈에 너무 신경쓰는 게 맘에 들지 않아서? 밖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이 천박해 보여서? 이건 에티켓의 문제라서? 저렇게까지 화장이라는 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이건 내가 화장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설령 내가 화장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은 절대 남들이 보는 자리에서 화장하는 과정을 노출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지하철에서는 심지어 전화도 잘 받지 못한다. 급한 일이면 지하철에서 잠시 내려 전화를 받고 다시 탄다. 업무 통화이든 개인적인 통화이든 남들이 내 통화를 듣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도, 내가 화장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보다는 화장하는 여자들을 더 잘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이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이 느끼는 것의 차이가 또 생긴다. 더 많이 봐서 익숙해지면 괜찮을까. 그래, 그럴지도, 10년 전에는 강아지를 아기처럼 유아차에 태우고 다는 것도 뜨악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아주 익숙하고 귀엽게 바라보기까지 한다. 그건 내가 강아지를 무서움, 두려움, 인간 아님의 대상에서 반려, 애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또 깨어져야 하겠다.


이 책에는 처녀막, 자궁, 월경, 성폭행, 강간, 낙태 등 도발적인 이야기들이 마구 나온다. 다 공감할 수는 없지만, 현실에서 당장 도발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도발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읽고 도발하는 마음을 키워야지. 그럼 현실에서도 언제가 도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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