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멸, 그렇군요, 그 단어가 딱입니다. 고양이는 적의가 아니라 거만한 경멸을 담고 개라는 시끄럽고 상당히 천박한 생물을 내려다보지요. 고양이는 도도하고 아이러니한 우월감을 풍기며 개를 다룹니다. 패거리의 정신보다 우월한 고독한 존재로서. 이 덩치 크고 헝클어진 털투성이 시끌벅적한 짐승은 혼자 두면 아이 같고, 주인이 오라고 부르면 기쁨으로 온몸이쩍 갈라질 정도로 난리를 치니까요. - P24
(설마 이 네 녀석의 이름이 모두 B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셨을 리는 없겠지요. 실제로 모두 두 번째로 밴 한배 새끼들입니다. 반려견학의 법칙에 따라서, 세대가 같은 개들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입니다. 나는 벌써 앞으로 낳을 새끼들의 이름을 다 생각해 두었어요. 예를 들어 글자 Q까지 가면 퀴도, 콰지모도, 쿼바디스, 퀵, 콱, 쿼시즈와 퀸쿤크스라는 이름들을 대기시켜 놨단 말입니다. 하지만제일 걱정스러운 건 X와 Z예요.) - P38
피에 굶주린 타르타르에게 거둔 그 유명한 승리의 영원한 기억에 바쳐서, 용맹무쌍한 테리어 폭시의 순혈 직계 후손들은 모두 꼬리 끝이 잘려 있어. 그래서 다셴카야, 너도 때가 되면 꼬리 끝을 잘라야 한단다. 약간 아픈 건 사실이야. 하지만 솜씨 좋게 해 줄 거야. 자, 이제 끝났다. 가만있어 줘서 고맙단다. - P73
그래서 낙원 밖으로 쉬를 하러 나가면………… 저런! 무슨 생각을 한 거냐. 낙원에서는 작은 오줌 웅덩이를 만들고 다니면 안 되거든. 예의에도 어긋나. 심지어 집안에 있을 때도 그러면 안 된단다. 꼭 명심하고 오줌이 마려우면 낙원 문 앞에서 땅을 파서 의사를 표명한 폭스를 본받아야한다. 잠깐만,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그 폭스는 하루에 몇 번씩 낙원 밖으로 나가곤 했어. 그러다 기운이 넘쳐 나는 느낌이 들어 악마들과 놀기 시작했단다. 모르긴 몰라도 악마들이 다른 종 개라고 생각했을 거야. 천사들한테는 날개밖없지만 악마들은 꼬리가 달려 있으니까. 폭스가 어떻게 악마와 놀았느냐고? 풀밭에서 같이 뛰어다니고 악마 꼬리를 깨물고 땅에서 같이 구르고 뭐, 그런 재주를 넘으며 놀았단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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