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정말로 드센 날이라면, 오히려 태양이 졌을 때가 더 견디기 어렵다. 더위에 익숙한 사람은 누구나 이 공식을 알기 때문에 잘 때 창과 덧문을 닫고 커튼도 친다. 여느 스칸디나비아사람처럼, 마르틴 베크에게는 그런 본능이 부족했다. 그는 커튼과 창을 열어둔 채 어둠 속에 누워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기를 기다렸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곁탁자의 등을 켜고 책을 읽으려 해보았다. 이것도 신통치 않았다. - P180
마르틴 베크와 콜베리는 아파트로 들어서자마자 사람이 변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랬는데, 스스로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팽팽하게 긴장하고 초조하게 경계하던 태도가 사라졌고, 대신 몸에 익은 듯 차분하고 기계적이며 단호한 태도가 떠올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의 태도, 그리고 같은 일을 과거에도 겪어본 사람의 태도였다. - P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