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데 갔다 이래 오래 있었누? 니 팔랑대며 드나들지를 않으니 밥맛이 다 없어지드라. 할아버이 밥 잡수라고 부르러가다가 보니 니 신발이 있길래 왔제." 며칠이나 살고 가려나 하시더니 할머니는 벌써 마음에 내가 앉을 의자 하나 놓으셨나 보다. - P16
그간 겪은 고통의 순도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이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고통은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함께 가려면 우선 내가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렇듯 사람은 고통을 통해 자신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성장하게 된다. - P25
이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은 나의 탈출구다. 나의 슬픔, 나의 한탄, 나의 목마름, 나의 안타까움. 하지 못한 많은 말을 글로 토해내며 글로나마 나를 위로한다. - P39
그때 우리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고 겁 없는 젊음이었다. 명동성당에서 만난 친구들과 보낸 20대에 나는 내 자아를 완성했다. 그리스도 정신과 정의에 대한 신념과 겁 없는 젊음이 삼위일체가 되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뿔뿔이 헤어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그때 우리가 생각하고 실행했던 것들에 대한 가치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다고믿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담대함 또한 그때 형성된 게 아닐까?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고, 용기는 용기를 낳는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생각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정직성은 내 인생의 모토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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