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은 이제 거의 다 맞춰졌다. 내 서툰 손가락으로 맞춰보려했을 때 끝내 안 되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레베카 이야기를 꺼냈을 때 프랭크의 태도는 어딘가 어색했다. 비어트리스는 머뭇거리는 듯하면서도 부정적이었다. 공감과 슬픔으로만 받아들였던 침묵이 실은 수치심과 당혹스러움에서 나온 것이었다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왜 진작 깨닫지 못했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스스로의 벽을 깨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걸까. 그리하여 진실 앞에 눈감아버리는 아둔함은 얼마나 높고 거대한, 뒤틀린 장벽을 쌓게 되는 것일까. 나도 바로 그런 행동을 했다. 마음속에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그 앞에 그저 앉아만 있었다. 진실을 알아내려는 용기가 없었다. 내가 한 걸음만 나아갈 수 있었다면 맥심은 넉 달전, 아니 다섯 달 전에 이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을 텐데. - P429

전과 똑같은 나였지만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점이 있었다. 불안과 걱정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가볍고 자유로웠던 것이다. 더 이상 레베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미워하지 않아도 좋았다. - P443

때때로 이런저런 말도 했다. 더 이상 우리 사이에 그림자는 없었다. 침묵했던 순간은 침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변 상황이 그토록 암울한데 어쩌면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묘한 행복이었다. 내가 꿈꾸거나 기대했던 행복은 아니었다. 홀로 있는 시간에 상상했던 행복은 아니었다. 열정에 들뜨거나 급박함이 어려 있는 행복은 아니었다. 그것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행복이었다. 서재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하거나 서로를 애무하지 않을 때면 어두운 밤하늘을 내다보았다. - P448

그 순간 맥심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에 처음으로 내 쪽을 본 것이다. 그 눈길에서 나는 작별의 의미를 읽었다. 마치 떠나가는 배 위에서 항구에 선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눈길 말이다. 그의 곁에, 그리고 내 곁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어깨를 건드리기도 하겠지만 우리 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바람도 세고 거리도 멀기 때문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하거나 서로의 이름을 부르거나 하지 않는다. 배가 항구를 떠날 때까지 그는 내 눈을, 그리고 나는 그의 눈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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