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야, 나는 너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난 너를 죽이고 말 테다." 노인이 말했다.
그렇게 되기를 빌자,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 P55

"조금만 참아, 이 손 친구야. 너를 위해서 먹는 거니까." 그가 말했다.
물속의 고기 놈한테도 먹을 것을 좀 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저놈하고 난 형제 사이니까. 하지만 나는 저놈을 꼭 죽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빠져선 안 돼.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그는 쐐기 모양의 생선 조각을 모두 먹어 치웠다. - P60

"여보게, 고기 양반, 그래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 그는 큰소리로 물었다. "나는 기분이 좋다네. 왼손도 많이 좋아졌어. 오늘 밤과 내일 낮 동안의 식량도 갖추고 있지. 자, 친구, 어디 배나 끌어 보시지."
실제로 노인은 정말로 기분이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낚싯줄을 멘 등이 통증의 수준을 넘어 거의 무감각 상태가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보다 더 심한 일도 겪었는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 오른손은 조금 긁힌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이제 왼손의 쥐도 풀렸어. 두 다리도 끄떡없고, 더구나 식량 문제라면 저놈보다는 내가 훨씬 유리한 입장이고 말이야. - P76

그렇게 생각하니 노인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큰 고기가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록 연민의 정을 느낄지라도 고기를 죽이겠다는 결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저놈을 잡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배를 채울 수 있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저 고기를 먹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럴 자격이 없어. 저렇게도 당당한 거동, 저런 위엄을 보면 저놈을 먹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란 단 한 사람도 없어. - P77

"이따위 고기하고 맞서다가 죽을 순 없지. 저토록 멋지게 저놈이 다가오고 있으니, 하느님, 제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주기도문을 백 번 외우고, 성모송을 백 번이라도 외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욀 수가 없지만요." 그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 왼 것으로 해 두자,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중에 꼭 욀 테니까. - P89

고기야, 네놈이 지금 나를 죽이고 있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네게도 그럴 권리는 있지. 한데 이 형제야, 난 지금껏 너보다 크고, 너보다 아름답고, 또 너보다 침착하고 고결한 놈은 보지 못했구나. 자, 그럼 이리 와서 나를 죽여 보려무나. 누가 누구를 죽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이제 머리가 점점 몽롱해지고 있는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머리를 맑게 해야 해. 머리를 맑게 해서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해. 아니면 고기처럼 말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94

이제 노인의 머리는 맑을 대로 맑아졌고 단호한 결의로 흘러 넘쳤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상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큰 고기를 힐끗 바라보았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가 공격해 오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혹시 해치울 수 있을지는 몰라. 에잇 ‘덴투소‘ 놈, 하고 그는 생각했다. 빌어먹을 놈의 자식 같으니. - P102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고기를 죽여서 정말 안됐지 뭐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난 작살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덴투소란 놈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힘이 센 데다가 머리도 좋지. 하지만 그놈보다야 내가 더 똑똑하지 아냐, - P104

어쩌면 그렇지 않을는지도 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놈보다 어쩌면 내가 좀 더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을 뿐인지도 몰라.
"이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P105

난 죄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데다 죄를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아. 고기를 죽이는 건 어쩌면 죄가 될지도 몰라. 설령 내가 먹고살아 가기 위해, 또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한 짓이라도 죄가 될 거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죄 아닌 게 없겠지.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는 이미 때가 너무 늦었고, 또 죄에 대해 생각하는 일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야. 죄에 대해선 그런 사람들에게나 맡기면 돼. 고기가 고기로 태어난 것처럼 넌 어부로 태어났으니까. 산페드로도 저 훌륭한 디마지오 선수의 아버지처럼 어부였지. - P106

"놈들이 고기 사분의 일은 뜯어 간 것 같군. 그것도 가장 좋은 부위를 말이야."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이 일이 꿈이었더라면 좋았을걸. 또 이 고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고기야,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나. 그래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던 거야." 그는 말을 멈추었고 이제 더이상 고기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피가 빠져나가고 바닷물에 깨끗이 씻긴 고기는 거울의 뒷면처럼 은색을 띠고 있었으나 줄무늬만은 아직도 선명했다.
"고기야, 난 이렇게 멀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말이다. 고기야, 미안하구나." 그가 말했다. - P111

"칼을 갈 숫돌이 있으면 좋으련만." 노인은 노 끝 부분에 묶은 끈을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숫돌을 가지고 올걸 그랬어." 갖고 왔어야 할 것이 많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늙은이야, 넌 그것들을 가지고 오지 않았잖아. 지금은 갖고 오지않은 물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자넨 여러 모로 좋은 충고를 해 주는군. 하지만 이젠 그것도 신물이 났어."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P112

만약 잘라 낼 수 있어 노의 손잡이에 그것을 잡아맸다면 얼마나 훌륭한 무기가 되었겠는가. 그랬더라면 우리는 함께 싸울 수가 있었을 텐데. 한밤중에 상어 놈들이 다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그가 말했다.
그러나 이제 날이 어두워진 데다 하늘에 비치는 훤한 빛도, 불빛도 보이지 않았고 다만 불어오는 바람에 돛이 한결같이 팽팽해져 있을 뿐, 노인은 어쩌면 자신이 이미 죽은 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 손을 마주 잡고 손바닥을 만져 보았다. 손은 죽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두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함으로써 살아 있다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고물에 몸을 기대어 보고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어깨가 그렇게 말해 주었던 것이다. - P117

노인은 이제 배가 해류 안으로 들어온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해안을 따라 있는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배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았기에 이제 항구로 돌아가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뭐니 뭐니 해도 바람은 우리의 친구니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때에 따라서 말이지, 하고 그는 단서를 붙였다. 그리고 거대한 바다, 그곳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지. 그리고참, 침대는,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는 내 친구거든. 침대 말이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란 참 좋은 물건이지. 녹초가되었을 때 그렇게도 편안하게 해 주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침대가 얼마나 편안한 물건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지. 한데 너를 이토록 녹초가 되게 만든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하고 그는 생각했다. - P121

이튿날 아침에 소년이 오두막집 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노인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날은 바람이 몹시 사납게 불어서 유망어선(流網漁船)이 바다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오두막집에 와 본 것이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오두막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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