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 책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볼 줄이야~!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위상을 알 수 있네.
간만에 서태지와 아이들 베스트를 듣는다. 명곡이다 명곡!

그래서 달력이 없어도 날짜는 정확히 알고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알았다. 꼭두새벽부터 어둑새벽, 찬새벽, 밝을녘 등등으로 아침시간을 나누었다. 저녁나절부터는 해거름, 해넘이, 어스름저녁, 이렇게 숫자표시보다 훨씬 따뜻하고 시적(詩的)인 시간개념으로 사물을 표현했다. - P94

그러나 정경식 씨는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역사적 인간이다. 그가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정당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솔직한 자기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기도원이나 절간에 파묻혀 경건하게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살아가는 노동만이 진정한 구도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 P110

서울 변두리산의 소나무가 유달리 솔방울을 많이 맺고 있는 까닭은 공해로 인해 죽어가면서 자손을 많이 퍼뜨리기 위한 소나무 스스로의 자구책에 의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 P111

만약에 자연이 모두 파괴되어 버리면 그땐 인간만으로는 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인간들이 다 없어지면 오히려 자연은 펄펄 살아갈 수 있다. - P114

우리 조상들은 ‘본다‘라는 말을 시각적인 말로만 사용하지 않고 모든 일에 두루 사용했다. ‘장보러 간다‘, ‘밭에 나가본다‘, ‘제사보러 간다’, ‘잔치보러 간다‘, ‘예배보러 간다‘, ‘집본다‘ 이렇게 일을 가지고 ‘볼일‘이라 했고 ‘볼일 한다‘가 아니고 ‘볼일 본다‘고 했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다는 것이다. ‘보살핀다‘라는 말은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한 말인가? - P115

신학은 인간을 버리고 추상적인 뜬구름을 잡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가. 수십만권의 신학서적이 이 땅에 평화를 위해 얼마만큼 보탬이 되었는지 의심스럽다. - P116

공산주의국가에서 이런 환상적인 신학을 과감히 부정한 것은 용기있는 일대 혁명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지나치게 유물사관에 빠져 만물의 뜻까지 버린 것이 큰 실수였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만물의 기능만 알고 뜻을 거역한 탓이다. 이 땅의 주인은 인간들만이 아닌데 인간중심의 인간제국을 건설하려는 오만이 결국 인간상실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 P1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이사야서 11장이다.

그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누우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 P119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 P120

나는 내가 가난한 때문인지 이런 사람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옵니다.
모양새나 옷차림이 더러울 뿐인데,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업수이 여겨지고 미움받는 것입니다. 같은 인생이면서 남에게 미움받고 멸시당하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이겠어요.
거지가 될 지경까지 왔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이 있었겠어요.
죽어버렸으면 싶었던 때는 없었을까요? 분명 몇번이고 몇번이고 있었겠지요. 그런데도 살아온 것입니다.
나는 세 사람이 나간 뒤를 슬픈 마음으로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오늘밤은 어디서 잘까요? 먹을 것은 있을까요? 내일도 또 어디선가 누구한텐가 미움받으며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가엾기그지 없습니다. (1955년 4월 23일) - P122

불쌍한, 이것들이 옛날의 우리였습니다. 정말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아버지만 술을 잡숫지 않고 부지런히 상 일을 하신다면 이놈들 둘쯤은같이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 남매를 보내며 나는 다음에 또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대문간에 한참 동안 서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는 두 남매를 지켜보았습니다. (1965년 10월)

이 두 개의 일기 중 앞의 것은 일본에서 사는 동포 소녀 스에꼬의 것이고, 뒤의 것은 윤복이의 일기다. 두 어린이는 한 10년 사이를 두고 태어나 똑같이 열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
두 아이의 일기책을 읽고 있으면 정말 천사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 P123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을 하느님의 저주라고 보는 우리들의 잘못된신앙관도 버려야 한다. 더불어 교회 헌금도 스스로의 신앙 양심에 맡겨야지 하나하나 이름을 밝히고 액수를 밝히는 건 고쳐야 한다. - P128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의성지방 시골교회 집사님인데 한 십년 전에이상한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꼭 옛날이야기만 같은 내용이었다.
어느 날 아주머니는 몹시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거지가 구걸을 하러 왔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귀찮아서 퉁명스럽게 지금은 바쁘니 다른 데나 가보라고 거지에게 박대를 하며 내쫓은 것이다. 그런데 그 거지가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을 힐끗보니 놀랍게도 틀림없는 예수님이었다.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그만두고 허겁지겁 쌀을 한 대접 떠서 달려나가 보니 거지는 그새 어디론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옆집으로 또 옆집으로 샅샅이살펴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집으로 아온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그때부터 아주머니의 눈에는 어떤 낯선 사람도 예수님으로 보이게 된것이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십년을 하루같이 만나는 사람을 모두 예수님으로 알고 대접을 했다.
이야기를 다하고 나서 아주머니는,
"세상 사람이 다 예수님으로 보이니까 참 좋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다 해드리고 싶어예."
그날 나는 살아있는 동화의 주인공 같은 아주머니를 한없이 쳐다보며부러워했다. 여태껏 들어온 설교 중에도 진짜 설교를 들은 것이다. 버스비가 모자라 기차를 타게 되었고 뜻밖에 예수님 대접도 받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었으니 그날은 꼭 천국에 사는 기분이었다. 그 시골교회 아주머니는 가장 복된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분인 것이다. - P129

이젠 온갖 것이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사람도 물건처럼 돈으로 인격을 측정하게 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돈을 얼마나 벌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된 세상이다. 이러니까 학교도 값비싼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된 것이다. 닭을 닭으로 키우지 않 - P137

고 닭고기로 키우다 보니 닭의 품성을 잃어버리듯이 사람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돈벌이 물건으로 키우니까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악마가 된 것이다. - P138

혼례는 친정집에서 치르는데 영천댁의 남편이 그 혼례를 치르고 나서거기서 죽었으니 신부에게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죄인 아닌 죄인으로 형벌처럼 살아온 평생을 열녀상 한 장으로 무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영천댁 할머니에겐 그 상이 도리어 또하나의 형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P147

3개월 동안의 피난생활에서 30년을 살아도 겪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희한하게도 인간은 극한상황에 부딪치면 거의 무감각해지는지 도무지 곁에 총알이 날아오고 바로 건너편에 폭격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가장힘든 건 잠을 못 자고 먹지 못해 배고픈 것이었다. 밤낮 쉬지 않고 걸을땐 폭격 따위야 조금도 두렵다는 느낌이 없고 그냥 졸음이 와서 흐느적거렸다. - P153

내 어린 시절은 이래서 온통 회색 빛깔로 색칠되어 버렸다. 두번씩이나겪은 전쟁의 상처는 평생을 두고 아물지 않았다. - P155

당시의 부산은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난지도 쓰레기장 같았다. 물통 속에서 살았다는 그리스의 괴상한 철인 디오게네스처럼, 모두 한뼘만한 틈바구니만 있으면 드럼통 속에도 가마니떼기 속에서도 사람이 살았다. 넘치는 것이 사람이었다. 거지, 깡패, 양아치, 석탄장수, 부두노동자, 양공주, 암달러장수, 밀수꾼, 어쨌든 살기 위해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다 했다. 그걸 크게 나누면 거지와 도둑이란 직업으로 부르는 쪽이 쉽다. - P155

아무것도 감춰진 것이 없어 차라리 전쟁은 인간의 가장 정직한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연극일지 모른다. - P156

우리나라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아름다운 나무꾼 형제 이야기가 있다. 형제는 하루하루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아 가난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길에서 금덩어리 두 개를 줍는다. 형제는 사이좋게 하나씩 나누어 가졌는데,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갑자기 동생이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린다. 놀란 형이 왜 버리느냐고 황급히 묻자 동생은 이렇게 대답한다. - P164

"형님, 여태까지는 아무 욕심 없이 마음 편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금덩어리를 가지게 되자 마음이 이상해졌어요. 형님이 가진 금덩어리까지욕심이 생겨 괴로워 그만 강물에 던져버렸어요. 버리고 나니 제 마음이다시 평안해졌어요."
동생의 말을 들은 형도 역시 "그래, 안 그래도 나도 똑같이 마음이 이상해졌단다. 네가 없었으면 저 금덩어리를 내가 다 차지할 텐데 하는 욕심이 생겨 괴로웠다." - P165

베를린 장벽은 사람의 손으로 쌓았다가 다시 사람의 손으로 헐었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종교가 장벽이 되고,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관과 모든사상이 장벽이 되어 인간을 해치고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과감히 헐어버릴 수밖에 없지 않는가? - P167

그러나 비판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그런 어른이 금방 되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어른이 된 다음의 세상은 그럼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10년 뒤면 ‘서태지 세대‘도 이렇게 욕을 얻어먹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도 청소년들은 꿈이 있어야 한다.
욕했던 사람이 다시 욕을 얻어먹는 그런 악순환은 그만 끝내야 하는데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 서태지의 다음 노래가 똑같이 욕만 해댄다면서태지의 노래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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