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알았다면, 폴레트의 마음을 되돌리도록 시도해봤는지 에메렌츠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어요." 에메렌츠가 말했다. "앉으시겠어요? 앉아서 콩 까는 걸 도와주세요, 이것으로는 우리 네 명에게 부족해요. 가고 싶은 사람은 가야죠. 여기 왜 머물러야 하겠어요. 우리는 그녀의 삶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해준 거예요. 집에서도 그녀는 고통받지 않았으며, 대가 없이 그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것도 허락되었지요. 게다가 나는 그녀에게 모임도 주선했어요. 슈투도, 아델도 그리고 나도, 그녀에게는 우리 모두가 충분치 못했지만, 그녀의그 모든 이상한 고정관념을 좋은 마음으로 다 들어주었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마저 들어주었어요. 가끔 프랑스어로 말했거든요. 프랑스어로 말해도 우리가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그 얘기만을 갈라진 목소리로 읊어댔기 때문이에요. 그녀가 고독하다는 것을요. 나도 알고 싶은 게, 고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람도 단지 생각을 하지 못할 따름이에요. - P137

"당신은 짐승을 죽여본 적이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죽일 거예요. 때가 되면, 비올라에게도 주사를 놓게 해서 당신이 죽일 거예요. 누군가에게서 모래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을 저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죽어가는 그에게 당신은 삶을 대신할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으니까요. 내가 폴레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녀가 삶이 지겨워 떠나고자 했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사랑을 위해서는 죽일 수도 있어야 해요. 참고해두면 나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나 진심어린 관계를 맺고 있는 하느님께 물어보세요. 그들이 만났을 때 폴레트가 하느님께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이에요." - P145

에메렌츠국國의 철학을 인민교화원들에게 전했을 때 그들은 살면서 가장 좌불안석의 곤란한 순간들을 겪었을 터였다. 그녀의 눈에는 호르티, 히틀러, 라코시, 카로이 4세가 똑같은 인물들이었다. 권력을 가진 그 누구, 명령을 하는 그 누구, 그리고 누구에게나 아무때나 지시를 할 수 있는 그 누구는 항상 무슨 추상적인 명분으로 그것을 행했다. 좋든 나쁘든 위에 있는 사람, 만약 에메렌츠를 위해서 저 위에 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모두는 한결같이 억압하는 자들이다. 에메렌츠의 세상에는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빗자루질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떤 슬로건을 내걸든, 어떤 깃발 아래에서 국경일 행사를 하든 그들은 모두 똑같았다. - P154

나는 최대한 빨리 귀가할 것이며, 자정 이전에는 집에 도착하고 싶다고 에메렌츠에게 일렀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할 테니 그녀에게 건너갈 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곤할 것이라니, 왜죠? 이미 가축들을 먹이고 젖을 짜고 잠재우며 오백만 가지 일을 마친 사람들을 문화회관 안으로 밀어 넣었으니, 당신의 강의를 듣는 그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피곤할 테죠. 그들의 일이 어떤지 당신은 전혀 감을 잡을 수도 없을 거예요. 그냥 앉아서 횡설수설할 따름이니까요." - P171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거나 최소한 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에메렌츠의 기억의 우물은 그 심연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싶었다. 여기에서, 부정할 수 없이 실존하는 그녀 삶의 한때의 무대에서, 내 의식 속에 에메렌츠라는 존재의 실제적인 좌표들을 그려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은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이미 그녀의 집은 없다.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거기에도 아직 집이 없다. 말하자면 그녀의 집은 그런 환경 속에서는,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과 단절된 그런 집인 것이다. 빛을 잃고 땅거미를 채색하고 있는 저 줄무늬들 사이에서 푸르러지는 이 저녁에, 단 하나의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녀에게 이 마을은 사라졌다. 에메렌츠는 그녀를 받아준 도시로 떠났지만, 그 도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P179

나는 묻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이유를 밝히거나 혹은 논리적이 될 때는, 그런 환경들에 놓여 있을 때가 아니라 때가 되었다고 그녀가 느낄 때였다. 에메렌츠에게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녀가 지닌 개인적인 신화 속에서 시간은 물레방아가 끝없이 도는 방앗간 주인의 제분 작업과 같았으며, 누구의 포대가 맡겨지는가에 따라 제분기가 사건들을 솎아냈다. 에메렌츠의 믿음에 따르면, 그때까지 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그 누구도 제외된 사람은 없었다. 그 방앗간 주인은 죽은 사람의 곡식도 제분해서 포대에 담는데, 다른 사람들은 단지 그 밀가루를 등에 지고 가져가서 그것으로 빵을 만들 뿐이었다. 나의 포대는 이미 그녀가 지닌 감정의 백열이 사랑만이 아니라 완전한 믿음 또한 의미했을, 크게 잡아 3년 이후에야 그 순서가 되었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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