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 P452

나는 별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없이 그냥 자꾸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위급한 때가 오면 하나님께서 적당한 말을 가르쳐 주리라고 믿고서 말입니다. 그냥 내맡겨두기만 하면 반드시 하나님이 적당한 말을 가르쳐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 P461

그것을 보자 메스꺼워졌습니다. 이 가엾은 악당들이 불쌍하게 생각되었지요. 아무리 해도 이 두 놈을 더 이상 미워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보기에도 끔찍한 광경이었지요. 인간이란 다른 인간에 대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겁니다. - P482

우리들은 어슬렁어슬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건방진 생각은 없어지고, 오히려 천박하고 비열하며 어쩐지 모든 것이 내 탓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늘 이런 식이었지요.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매한가지였습니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닫지 못하고 인간을 탓할 뿐이었습니다. 만일 인간의 양심만큼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잡아독살해 버리고 말 겁니다. 양심이란 인간의 내장 모두가 차지하는 것보다도 더 큰 장소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겁니다. 톰 소여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 P482

그런데 한 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그것은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실제로 그 검둥이를 훔쳐내는 데 도와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지요. 톰은 점잖은 애일뿐더러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애입니다. 체면을 잃을 수 있고, 고향에 있는 집안 식구들도 체면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영리하며 바보가 아니었지요. 아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무식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악의가 없고 친절했지요. 그런데 이애는 자존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내팽겨쳐 버리고는 이와 같은 일에 손을 대어, 모든 사람들 앞에 자기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 모두의 얼굴에다 똥칠을 하려는 겁니다. 나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천만 뜻밖의 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해 주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지요. 참된 벗이라면 그 일을 당장에 그만두도록 하여 그의 체면을 지키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지만 그는 나의 입을 막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P486

「너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르고 있단 말야?」 - P486

「도덕에 닿건 말건 땅을 파는 데는 곡괭이가 제일이야. 나로 말하면, 도덕이니 나발이니 하는 소리는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아, 검둥이며 수박이며 주일학교 책을 훔치려고 할 때는,훔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어떤 방법으로 훔치는가는 따지지 않거든,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내가 원하는 건 수박이거나, 또 내가 원하는 건 주일학교 책이란 말이야. 그래서 곡괭이가 제일 편리한 물건이라면, 난 그 곡괭이로 검둥이니 수박이니 주일학교 책이니를 파낼 뿐이야. 권위자들이 그것을 두고 뭐라고 생각하든 그 따위는 내 알 바가 아니거든」 - P509

「한데 말이다」하고 톰이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 곡괭이를 칼이라 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있지. 그렇지 않구선 난 찬성도 안하고 또 가만히 서서 규칙을 어기는 것을 보고있지 않을 거다――옳은 건 어디까지 옳은 것이고 그른 건 어디까지나 그른 것이고, 무식해서 그보다 나은 방법을 모른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사람이란 무릇 그릇된 짓을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지. 너라면 곡괭이로 짐을 파내고도 칼집에 든 칼을 사용한 것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너에겐 그 이상의 지혜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세상 일을 더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톰은 자기 것을 옆에다 놓고 있었지만 나는 내 것을 집어서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톰은 그것을 내동댕이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칼집에 든 칼을 이리 줘」
나는 대관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습니다――그러나 곧 생각이 났지요. - P509

여기서 톰은 그만 말문이 콱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짐이 양파를 가지고 고생을 해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침에 검둥이 오두막집에 가서 짐의 커피 주전자 속에다 몰래 양파 하나를 넣어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짐은 「차라리 그것보다는 담배를 그 속에다 넣어주면 좋겠구먼유」 하고 말하고는 그것에 대해 몹시도 투덜댔지요. 또 현삼화를 기르고, 구금을 쥐에게 들려주고, 뱀이니 거미니 따위를 귀여워하며 기르는 일이며, 더구나 펜이니 문구니 일기니 따위의 일은지금까지 해온 어떤 일보다도 죄수가 된 것이 귀찮고 괴로우며 책임이 무겁다고 투덜대는 겁니다. 그러자 톰도 더 이상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게 되어, 짐더러 이 세상의 어떤 죄수도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가 얻어걸렸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모처럼의 기회를 헛되이 버리려 한다고 닦달했지요. 그래서 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다시는 그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들은 집으로 잠을 자러 갔습니다. -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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