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왈,
"어찌 속지 않으시리오? 다만 겁내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려 하였는데 심히 눈이 멀어 귀신을 꺼릴 줄 모르니 호색(好色)하는 사람을 여색(女色)에 굶은 귀신이라고 하는 옛말이 틀리지 않으니 귀신이 어찌 귀신을 두려워하리이까?"
모두 크게 웃더라. - P184

섬월과 경홍이 들어온 후 승상을 모시는 사람이 많은지라. 승상이 각각 거처하는 곳을 정했다. 정당의 이름은 경북당이니 유 부인이 계신 곳이고, 그 앞은 연희당이니 좌부인 정 부인이 처하고 경북당의 서쪽은 봉수궁이니 난양공주가 거했다. 연희당 앞은 응향각이니 그 앞은 정하루라. 이 두 집은 승상이 거처하며 궁중에서 잔치하는 곳이고, 누각 앞은 치사당이고 그 앞은 예현당이니 이 두 집은 승상이 빈객을 맞이하고 일을 하는 곳이다. 봉수당 남쪽에 해진원이 있으니 숙인 진채봉이 거처하는 곳이고 연희당 동남쪽은 영춘함이니 가춘운의 집이고, 청하루 동서에 각각 작은 누각이 있으니 녹색 창과 붉은 난간이 극히 화려하고 행각을 지어 청하루와 응향각에 연결되어 있으니 동쪽은 화산루요 서쪽은 대궐루라. 계섬월과 적경홍이 있는 곳이더라 - P193

두 부인이 여섯 낭자를 거느리고 관음화상으로 나아가 분향하고 말하되,
"유(維) 연월일(年月日)에 제자 경파 정 씨, 소화 이 씨, 채봉 진 씨, 춘운 가 씨, 섬월 계 씨, 경홍 적 씨, 요연 심 씨, 능파 백 씨는 삼가 남해대사께 아뢰나이다. 제자 여덟 사람은 각각 다른 곳에서 나서 자랐으나 한 사람을 섬겨 마음이 합해져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유컨대 한 나무의 꽃이 바람에 날려 궁궐에 떨어지고, 혹은 규중에 떨어지고, 혹은 촌가(村家)에 떨어지고, 혹은 길거리에 떨어지고, 혹은 변방에 떨어지고 혹은 강호에 떨어졌지만 근본을 찾으면 어찌 다름이 있으리오? - P221

오늘로부터 맹세하여 형제 되어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두구든지 다른 마음이 있으면 천지가 용납하지 않으리이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대사는 복을 내려주시고 재앙을 없이 하여 백 년 후 함께 극락세계로 가게 하소서."
하였더라. - P222

"사부는 어찌 소유를 정도로 인도하지 않고 환술(幻術)로 희롱하나뇨?"
대답을 듣기도 전에 구름이 날아가니 중은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여덟 낭자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놀라고 당황해하더니 높은 누대와 많은 집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향로에 불이 이미 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 스스로 자기 몸을 보니 백팔염주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깎은 머리털이 까칠까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지 대승상의 위의가 아니더라. 정신이 멍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도장 성진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의 책망을 듣고 풍도로 가고 인간 세상에 환생하여 양 씨집의 아들이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를 하고 출장입상하여 공을 이루고 벼슬에서 물러나 두 공주와 여섯 낭장하 같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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