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를 시켜 어전의 유리 연갑과 백옥 필통과 옥으로 된 두꺼비 연적을 양 상서 앞에 옮겨놓고 모든 궁인이 미리 대령하였는지라. 각각 화전, 비단 수건, 부채 등을 앞에 내놓자 상서가 술기운을 타고 붓을 떨치니 바람과 비가 놀라고 구름과 안개가 이는 듯한지라. 절수도 지으며 사운도 지으며, 한수를 쓰기고 하고 두 수를 쓰기도 하니 필세(筆勢)가 휘동하여 용이 울며 봉황이 나는 듯하여 나무 그림자가 옮겨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다 썼는지라. 궁녀가 차례로 어전에 글을 바치니 상이 칭찬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시고 모든 궁녀에게 이르시되,
"학사가 수고하였으니 모름지기 각각 잔을 바쳐라." - P102

양 상서가 그 여자를 보니 구름 같은 머리털을 위로 올려 금비녀를 꽂았고 소매 좁은 전포(戰袍)에 석죽화(石竹花)를 수놓았고, 발에는 봉의 머리처럼 수놓은 신을 신었고, 허리에는 용천검을 찼더라. 천연한 절대 미색이 마치 한 송이 해당화 같으니 만일 종군(從軍)하던 목란(木蘭)이 아니면 금합(金盒)을 도적하던 홍선(紅線)이러라. - P121

상서가 매우 기뻐,
"경이 위태로운 목숨을 구하고 몸소 섬기고자 하니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오? 백 년을 함께 늙기 원할 뿐이리라."
하고는 이날 밤에 원수가 장중에서 요연과 잠자리를 함께 하니 창과 칼의 빛으로 화촉(華燭)을 대신하고 조두(斗)소리를 금슬(琴瑟)로 삼으니, 군영 가운데 달빛이 밝고 관문 밖에 봄빛이 가득하였으니 깊은 밤 비단 장막에 한 조각 각별한 정과 흥이 넘치더라. - P123

이 소저가 말하되,
"저는 누추한 사람이라. 엄친이 세상을 버리시고 모친이 응석받이로 기르시니 무슨 배운 일이 있으리오? 스스로 한탄하는 바는 남자는 천하에 벗을 얻어 어진 일을 돕거늘 여자는 시비 밖에서 서로 만날 사람이 없으니 어디 가서 허물을 고치며 뉘게서 학문을 닦으리오? 저저께서 반소(班昭)의 문장과 맹광(孟光)의 행실을 겸하여 몸이 집 안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명성이 온 나라에 가득합니다. 누추함을 벗고 빛난 덕을 보기를 원하더니 이제 저저께서 버리지 않으시니 평생을 위로하리로소이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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