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시아인 친구들과 다오를 기사로 다룬 아시아계 미국인 기자들이 똑같은 말을 했다. "다오는 우리 아버지를 연상시킨다." 나이만 같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단정하고 조심스러운 그의 모습이 우리에게 익숙했다. 별 특징 없는 그런 차림은 편안함만이 목적이 아니라, 무해한 익명의 전문직 종사자같은 분위기가 전달되도록 의도된 보호색 역할을 했다. 그의 외양은 나는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런 소리를 내는 사람은 특히 아니었다. - P54

모든 사회적 신호를 박탈당해 나의 행동을 타인과의 관계에 비추어 가늠할 수단이 없으니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았을지, 무슨 말을하면 좋았을지 내 생각을 샅샅이 점검한다. 내가 보는 것, 내가 듣는 것을 신뢰하지 못한다. 자아는 자유 낙하하는데 초자아는 무한대로 커져서, 나라는 존재는 부족하다고, 결코 충분치 못하다고 다그친다. 그러므로 더 잘하고, 더 잘되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며, 자기 이익이라는 이 나라의 복음성가를 맹목적으로 따라 부르고, 내 순가치를 늘려 내 개인적 가치를 입증해 보이는짓을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한다. - P58

그의 전기를 저술한 데이비드와 조 헨리 형제는 라스베이거스의 그날 밤이 프라이어의 인생에서 "기원전 - 기원후 구분"에 버금가는 영원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적고 있다. 프라이어는 자신의 연기에서 코스비적인 요소를 제거해버리고 자기만의 고유한 코미디를 찾아 나섰다. 프라이어는 그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청중을 바라보다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내가 지금 씨발 뭐 하는 거지?" 그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프라이어를 보며 나는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지금 씨발 뭐 하는 거지? 내가 지금 누굴 위해 글을쓰는 거지? - P65

휘트먼 작품 속의 나가 다중을 담고 있다면, 내 작품속의 나는 이 나라 인구의 5.6퍼센트를 담고 있었다. 가슴으로 진정하게 느껴지는 내용이라면 뭐든지 써도 좋으나 기왕 아시아인이니 아시아인에 관한 주제를 꾸준히 다루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독자, 스승, 편집자 등이 여러 방식으로 내게 조언했다. 아시아인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예컨대 자연에 관해서 쓰면 자연에 관해서 쓰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할 테니 내게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는가. - P68

출판업자들은 소수민족의 이야기를 "단일한 이야기"(single story)로 취급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하나의 단일한 이야기를 지어내, 한 민족을 한 가지 존재, 오로지 한가지 존재로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면, 그들은 정말 그런 존재로 둔갑한다." - P74

소수 민족에 속한 작가들의 문학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본인들도 고통을 느끼는 인간임을 백인 세계에 증명해야만 하는 일종의 인본주의 프로젝트다. 지면에서 한 인종 전체의 대변자로서 우리도 고통을 느끼는 인간임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내가 아닌, 그저 나 개인일 뿐인 채로 얘기를 하는 - P76

미래가 과연 찾아올까? 현 실정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아프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그러므로 내 책은 통증의 강도에 따라 평가받는다. 강도가 2라면 굳이 내 얘기를 풀어놓을 가치가 없을 수도 있다. 만약 10이라면 아마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 P77

또 소수적 감정은 우리가 까다롭게 굴려고 마음먹을 때 - 다시 말해 솔직하려고 마음먹을 때 - 배어나는 감정이라고 비난받는다. 소수적 감정이 마침내 표출되면 적대, 배은망덕, 시샘, 우울, 공격의 감정으로 해석되며, 백인들이 도가 지나치다고 여기는 인종화된 행태가 그런 정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구조적 차별은 그들이 착각하는 현실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보기에 우리의 감정은 과잉반응이다. - P86

독자들은 백인 남성 작가가 못되게 굴면 막 좋아하면서 소수자 작가에게는 늘 착하게 굴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바로 이래서 우리는 백인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소수적 감정을 옆으로 제쳐둔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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