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봐, 이제 자란다.
자라나요?
자라지.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짙어져. 인력이랄까, 그런 것이.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여우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바짝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잖아.
호랑이가 아니고요?
호랑이라니.
.....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
호랑이고 여우고 간에, 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반구 형태의 양철 갓이 달린 전등을 기판 쪽으로 바짝 밀며 말했다.
이빨 있는 것 앞에서는 좌우지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거란 말이야. - P32
여 씨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까 견딜 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리면 그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들어서.
하여간에 말이지, 라면서 여 씨 아저씨는 서랍 속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앰프 껍질에 꽂힌 나사를 돌리기 시작했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