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만의 이면에는 질긴 결핍이 숨어 있는데, 그것은 알코올을 향한 결핍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넷은 언젠가 이런 알코올성 드라마는 그 자체로 중독성을 띤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 말에 동감한다. - P278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이 만들어낸 고통을 다스리려고 술을 마신다. 이는 술에 담긴 심대한 미스터리이자 역설이다.
‘고통스럽다, 술을 마신다. 더 고통스럽다, 더 많이 마신다‘
이런 과정의 연속으로 우리는 진정한 치유의 기회를 잃고 만다. - P287

"내가 볼 때 진짜 바닥을 치는 일은 죽을 때만 가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거기까지 내려가기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죠." - P296

하강을 촉발하고 지속시키는 것은 상실감이다. 희망의 상실, 인생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믿음의 상실, 자기 존중감의 상실, 의지의 상실. 그런데 위험한 것은 술을 통해서 그렇게 자신을 버리는 일이 마치 구원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 P299

‘아직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직은‘의 행렬이 이어졌다. 나는 아직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아직은 직장도 잃지 않았어, 아직은 교도소에 가지도 않았어, 차로 전봇대를 들이받지도 않았고, 총을 빼앗아 술집에서 사람을 쏘지도 않았어, 또 술에 취해 모르는 - P318

사람에게 강간당하지도 않았어, 아직은.
이렇게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계속 술을 마시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AA에서는 ‘yet‘이라고 불렀다. 이런 일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손짓 한 번, 발걸음 한 번 잘못하면 내 무릎 대신 어린 소녀의 머리가 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은.
YET은 AA에서는 ‘You’re Eligible Too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의 약자로 해석한다. - P319

우리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피하고자 술을 마시지만, 다음날 아침 깨어나면 그 선택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개의 목에 걸린 줄처럼 우리를 끌어 내리고 우리의 전진을 방해한다. 모멸감, 이 모든 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찔함. 마이클, 줄리안, 우울증, 불안, 거짓말, 술, 술, 술…….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또 흘러갈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이 그랬듯이. - P330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매일같이 하는 선택이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매우 간단하다. 술잔을 들거나 들지 않거나. 하지만 그 추수감사절 모임 같은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그런 날 술을 안 마신다는 것은 몇 가지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파괴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감정을 술로 다스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변화시키지도 못한다는 것, 술이 제공하는 해법은 결국 무용지물이고 패배적인 방편이라는 것을, 알코올 덕분에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가지 번잡한 노역을 피할 수 있었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이라든가, 내가 물려받은 조용하고 억제되고 예민한 성격을 인정하는 것, 또 남이 와서 내 욕구를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는 그런 많은 것을. 그러니까 한마디로 알코올은 내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다.
이런 말은 너무도 당연해서 말하자마자 그냥 상투적인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그 순간까지도 나는 성장이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며, 어른이란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정서적인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정서적 수준이란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 P359

술을 끊으면 우리는 이제 기다리지 않게 된다.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와서 내가 할 성장의 노역을 대신해줄 거라는 끈질기고도 인간적인 소망을 버린다. 비로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주변 상황들(특히 부모님의 죽음)은 한동안 내 어린 시절의 껍질을 부식시켰지만, 그 대부분은 내 의지로 한 일이 아니었다. 술을 끊은 건 아마도 내가 그때까지 내린 결정 가운데 진실로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는 최초의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성장의 발걸음이었다. - P360

기다려라. 견뎌라. 사람들이 전해준 가르침을 새기고 또 되새겨라. 자신이 알코올 중독 여부에 의문이 생기면 이렇게 생각하라.
‘내가 알코올 중독자라면 술을 마시면 안 되고,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면 술을 마실 필요가 없다.’
이에 유얼마나 깔끔한 논리인가.
이렇게 말하라.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사람들은 새벽 2시 반에 잠에서 깨어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인지 아닌지 묻지 않는다.‘
이 역시 훌륭한 현실 점검 논리다.
그리고 말하라.
‘도와줘.’
그러면 놀랍게도 우리에게 도움이 찾아온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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