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rank when I was happy and I drank when I was anxious and I drank when I was bored and I drank when I was depressed. - P12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능동적으로 상대의 단점에 눈을 감는다. 그 무렵, 그러니까 30대에 나는 코와 뺨의 실핏줄이 하나하나 터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먹은 것도 없이 토했으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수전증은 점점 나빠져서 어떤 때는 온종일 떨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외면하려고 노력했다. 모른 척하려고 몸부림쳤다. 마치 차가워진 애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그 의미를 잘알면서도, 진심은 그게 아닐 거라고 온 힘을 다해 다른 해석을 찾는 애처로운 여자처럼. - P25
이들은 대부분 대인관계가 좋고 친구도 많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주변에 아주 흔하다. 이들은 직장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식품점 계산대에 얌전히 줄 서 있다. 의사, 변호사, 교사, 정치인, 화가, 심리치료사, 증권거래인, 건축가 등 전문 직업인도 많다. 이들을 지탱하는 힘, 다시 말해서, 이들이 밤마다 술에 빠지고,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살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들이 ‘진짜‘ 주정뱅이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8
밖으로 보이는 나와 현실의 나. 외부와 내부. 나는 술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없고, 전화로 병결을 통보한 적도 없으며, 숙취로 조퇴한 적도 없다. 하지만 내부의 나는 허물어지고 있었다. 안팎의 부조화가 너무 컸다. - P30
주변 사람들이 볼 때 나와 엘리스 K는 그렇게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었다. 나 또한 잘못된 삶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었으니, 내가 만든 인물의 두려움은 나 자신의 두려움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동료들도 나도 제대로 몰랐던 것은 그 모든 불안이 알코올과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 두 가지를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 P31
우리 앞에 둘러쳐진 지성과 전문성의 휘장 뒤에는 두려움의 대양이 넘실거리고, 열등감의 강물이 흐른다. 언젠가 AA 모임에서 알코올 중독을 ‘삶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간략하게 정의하는 말을 들었다. 간략하지만, 상당히 정확한 표현이었다. - P33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알코올 중독이라는 건 진행성질환이니 말이다. 그것은 조심조심 낮은 자세로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는 그 손아귀에 사로잡힌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에 십상이다. - P35
‘휴식이 필요해. 좀 마셔도 돼’ 이것은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의 전형적인 논리 전개 방식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게는 술 자체가 중요한 보상 역할을 한다. 하루를 온전히 버틴 데 대한 크나큰 보상, 그것도 그렇게 훌륭하게 버텨낸 데 대한. - P38
심심치 않게 숙취를 달고 출근하면서도 나는 배울 것을 배우고 잘못된 점을 교정했으며, 내 한계와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개인 생활과 달리, 직장에서 내 눈은 그렇게 흐려지지 않았다. ‘직장에서 술 마시지 않기‘는 내가 끝까지 굳게 견지한 첫째 원칙이었다. 이런 일은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에게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나와 같은 유형의 술꾼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서 자신의 직업 영역을 보호하고, 그것을 증거 삼아 내 인생은 아무 문제 없다는 환상을 유지한다. 그리고 바로 그 힘이 그들의 인생을 지탱해준다. - P39
진실은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깨달음의 순간마다 완전히 잘못살고 있다는 참담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뿐, 그런 깨달음을 깊이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그에 따라서 생활 방식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이런 느낌은 내부에서 자존감을 부식시키며 종양처럼 곪아갈 뿐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의 외피들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한(안정된 직장, 전문성의 가면) 그 내부가 통일성과 자부심을 잃고 허물어져, 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 P41
나는 이런 일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분주히 계획을 짜서 술 마실 기회를 마련하는지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여기서 잠깐 한 잔, 저기서 어쩌다 한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곁에 있으니 마시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 P46
"잠깐 한잔하는 거 어때요?" 나는 언제나 다른 할 일이 있고, 곧 가야 할 데가 있는 사람처럼 ‘잠깐 한잔‘이라고 했다. 나도 이런 사실을 인식했다. 내가 던지는 말 속에 담긴 간절한 느낌을,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무시했다. 어쩌면 내 안의 한 부분은 정말 ‘잠깐 한잔‘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결핍감과 절박함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꽁꽁 감춰둔 비밀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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