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화나 서비스의 이동거리가 짧아 환경에 피해를 줄이는 지역화폐의 특징은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필자와 같은 지역 활동가들에게 매우 의미 있게 다가왔고, 그래서 꼭 해보고 싶은 지역운동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 P39
그러면 이런 현실에서, 홍동면의 지역화폐운동은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그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홍동면의 지역화폐운동은 다른 대안 운동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주요 운영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역화폐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화폐 운영주체의 역량만으로는 역부족이고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 그렇게 지역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은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자치운동의 주요 목적에 지역화폐 활성화가 포함될 수 있도록 운동주체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사업을 기획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 P45
필자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놀랐던 점은 여태껏 정부가 1950년대 농지개혁 이후 단한 번도 전수조사를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조사 실행 과정에서는 농지 관련 행정정보나 데이터들이 매우 부실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P49
요즘 시중에 넘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품종이다. 1960년대에 풍미하다 자취를 감춘 그로미셸 품종을 대체했지만, 맛이 뒤처진다. 크고 달았던 그로미셸은 곰팡이 감염으로 갑자기 사라졌는데, 껍질의 녹색 기운이 노랗게 바뀌고 까무잡잡한 점이 퍼질 때 단맛이 도는 캐번디시도 비슷한 곰팡이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다국적기업의 요구에 맞춘 거대 농장들에서 바나나 유전자가 한 그루와 다름없이 획일화되자 발생한 사건이다. 곰팡이가 나타나면 농장에선 안전반경 이내 바나나는 모조리 불태운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안전반경 안의 모든 닭, 오리, 메추리를 살처분하는 것처럼. - P57
여전히 시장 좌판을 점령하고 있지만 바나나가 멸종위기라는 주장이들리는데, 아몬드는 별문제가 없을까? 농장들의 현명한 대처로 꿀벌 집단붕괴현상이 잠잠해진 걸까? 그 방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알지 못하는데,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농장도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다. 북부 로키산맥에 겨우내 두툼하게 내린 눈이 빙하로 얼어붙었다 1년 내내 흘려보내던 농업용수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 P58
금세기 말이면 한반도에 사과나무 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환경부는예견했다. 지대가 낮은 경상북도의 사과밭은 과수화상병으로 벌써 적지않은 손실을 본다. 경기도 북쪽으로 옮긴 사과밭도 안전하지 않다는데, 과수원에 심은 사과의 유전자는 아주 단순하다.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돼 과수원마다 다른 품종을 심더라도 소용없다. 같은 품종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과수원의 유전자가 획일적이므로 과수화상병 같은 질병에 쉽게 걸린다. 사람 사이에 코로나19 델타변이의 전파 속도가 빠른 현상과 비슷하다. 확산을 막으려는 당국은 감염된 나무로부터 반경 100m 내의 모든 사과나무를 잘라 파묻고 향후 5년 동안 재배를 금지한다는데, 사과나무만의 사정이 아니다. 퍼지는 질병은 과수화상병만이 아니다. - P59
미 정보국은 2016년 2월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유전자가위기술을 ‘대량 파괴와 확산의 무기‘에 비유했다. 특정 식문화를 가진 민족들이먹는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을 뿐아니라, 특정 인종에 직접 피해를 안길 유전자가위기술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말라리아가 유행했을 때 적혈구가 찌그러진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은비교적 잘 견뎌냈다. 평소에는 빈혈에 시달렸지만 말라리아에는 살아남은 것인데, 마을에 진작 그 유전병이 없었다면 모두 사망했을지 모른다.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 또는 동식물의 유전자가 다양하다면 환경의 변화를 이겨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환경에 불리하더라도 생물종의 유전자는 다양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해 우리는 생태적 완충력을 없애는 유전적 단순화를 경계해야 한다. GMO(유전자변형생물)를 뛰어넘는 유전자가위기술은 농작물과 축산물의 유전자를 더욱 획일화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파국을 앞당길 게 틀림없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수축산물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인류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텐데, 유전자가위라니! 개선이라니!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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