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들은 거의 자동으로 인간관계가 엉망이다. 우리는 자기 존재감을 느끼며 당당하게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못하고 술에 취해 질척질척 흘러 들어간다."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에 나오는 그 문장 그대로다. 10대 때부터 알코올 의존적이던 관계 맺기가 일종의 습관으로 굳어지고 나니 나 자신의 온전한 ‘원래‘ 모습으로 남을 대하기가 어려웠고 술이라는 위장막을 한 겹 펼쳐야만 보호받는 느낌, 안전한 느낌을 받았다. - P284
오히려 숙취와 함께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들어 한결 더 우울해지곤 했으니 결국 진정한 의미의 ‘해소’가 아니었던 거다. 자학하듯 술로 신경을 온통 마비시켜서 그날의 스트레스를 애써 외면하는 것에 가까웠고 어두운 감정은 자각도 못한 사이 차곡차곡 쌓여 내 안의 시커먼 응어리로 마음 한구석에 남았다. - P309
『술의 사회학』에서 고영삼 부경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썼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절대 명제를 달성하면서 지속적으로 역사의 분단, 민족정체성의 훼손, 정치권력 및 부 형성의 정당성 부재, 일상화된 국가적 동원체계, 급격한 도시화, 시민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이른바 ‘개방적‘ 서구화 등으로 혼란을 경험해왔다. 도대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건과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술과 종교 등이 어느 정도의해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P316
맨정신을 벌거벗은 것처럼 느끼고 술에 취해 한 겹 장막을 두르고서야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자아를 온통 취기에 의존하며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 하지만 결국에는 힘겹게 그 나쁜 관계를 끝내고 몸과 정신의 건강을 되찾은 회복의 서사. - P327
그리하여 이 글은 단주 아닌 절주라는 결말을 선택한 최초의 중독자 수기가 될지도 모른다. 지각 있고 상식적인 선에서 술을 사랑하되, 그보다 내 삶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야지. 그것이 중독에 마침표를 찍는 나의 다짐이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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