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내게 힘은 사라지고 헛된 정열만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사랑인가, 성인가, 소멸인가를 자문하곤 했다. 대답은 모두일 수도, 전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부인은 얼마나 행복할 거냐고 사람들이 퍽 부러워해요. 나는 이웃집 여자의 말투를 흉내내어 중얼거렸다. - P163
앞으로의 모든 날들이 그러할 것이다.
내 앞에 놓인 끝없는 시간들이, 전혀 믿지 않는 것을 믿는 체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그 지루한 나날들이 함성이 되어 숲을 흔들었다. 나는 문득 이미 죽은 사람을 생각하듯 아이와 남편을 먼눈으로 보는 자신에 공포를 느꼈다. 아이의 팔목에 매달린 풍선이 둥실 떠서 흔들렸다. 나는 갑작스런 두려움으로 아이의 팔에서 풍선을 떼어내었다. 그것은 춤추듯 흔들리며 날아가 이내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