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옥스퍼드의 인류학자 샹바오의 ‘태평양 패러독스‘라는 개념이 있다. 중국과 미국이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호 의존하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G2 차이메리카를 유지해 왔지만, 정치적으로는 신냉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상황을 묘사하는 말이다. - P126

미국 외에 중국과 깊은 애증관계가 교차하는 이웃은 대부분 접경지역, 그중에서도 동아시아권으로 분류되는 한반도, 베트남, 일본 등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이들 나라에 대해 중국이 심각한 증오의 감정을 가질 가능성은 적다. 다만 한국이 중국의 반미감정을 덮어쓰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지금의 한한령이나 BTS 블랙리스트와는 차원이 다른 흐름이 생길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건 중국 정부가 일부러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마음속 깊은곳에서 스스로 깨어난 미국과 서구에 대한 르상티망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우리가 중국에 품고 있는 어쩌면 수천 년 묵은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냉철한 현실감각을 회복하고 건강한 경쟁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 P132

원칙적인 연구 자세를 견지하는 연구자는 가장 먼저 자신의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인다. 그 주제가 유행에 민감한지, 대중적일 수 있는지 계산하지 않는다. 자기 연구의 고유성에 온전히 집중하고 타인과 사회의인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며, 갈림길이 있는 경우에는 단기적인 사리사욕으로 연구 본연의 가치를 흩트리지 않고 자신의 행보를 이어 간다. 크고 작은 비난과 오해, 소외를 감수하되 무엇보다도 탐구하는 재미를 잘알고 있으며, 그것을 통한 결과물이 어렸을 때 도덕책에서 배운 바람직한 사회를 일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 P171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금까지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를 얼마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보급해야 한다는 등의 대책 마련이 주된 흐름이었다. 탄소포집과 같은 기술만 개발되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있다는 기술만능주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떨어져서 탄소 배출량에만 초점을 맞추는 탄소근본주의, 시민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전문가주의와 같은 편향은 기후위기 대응을 단순한 숫자로 환원하며 물신화한다.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량·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과 같은 정량적인 접근을 넘어서 생활 속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기후행동의 원동력은 바로 생활세계에서 응집된 집합적인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P198

최근 기후위기를 인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과학만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기후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기후위기의 책임 주체, 전환의 주체, 세대 간 문제, 불평등과 같은 쟁점들을 인권이라는 렌즈를 통해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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