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관련해서 전 세계 여러 석학이 말하기를, 가장 좋은 치료제는 관대하고 꾸준한 어른의 사랑이라고 한다. - P172
이제 나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우주정복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안다. 또 나를 미워하는사람들이 만족할 때까지 내가 망가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안다. 아마 여전히 나를 미워하는 이들은 내 부고 소식이나 받아보아야 증오를 멈출 것이다. 더는 그들이 하는 말에 개의치 않을 생각이다. 그런 걱정 보태주지 않아도 이미 고단한 생이다. - P174
여름에도 절절 끓는 선방의 온돌에 누워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묻지 않고 천장을 보며 다들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들을 꺼냈고, 그러면서 꽤 많은 순간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이 역시 내가 인정하기 싫은 생의 몇 안 되는 진리 가운데 하나인데,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물론 둘은 다른 사람일 확률이 높지만. - P178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마. 누구는 사람 볼 줄 아나. 우리 다 마찬가지야. 자기 자신도 못 보는 게 인간인데…. 근데 잘 가고 있는 나 등 떠밀어 넘어트리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런 나 일어나라고 손잡아주는 것도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 P188
누가 그랬더라. 눈물은 악마의 것이 아니라 천사의 것이라고, 울음은 치유라고. 그렇게 울고 나니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 P189
어디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자꾸 소리 내어 말하라고, 말에는 힘이 있다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2014년 봄날에 어느 한철 피고 지는 꽃도 풀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304명이나 죽었다. 그러니 이러지 말자. 우리 인간은 못 되어도 짐승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 P204
아마 이런 불행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어쩌면 다들 그 끔찍하고 비통했던 장례식이 유가족이 겪는 불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장례식장에서의 오열은 훗날 끝없이 이어지는 통곡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장례는 조문객이 다 빠져나간 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 P210
아니다, 그렇지 않다. 세월호는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각기 다른 304명의 희생자와 유가족이 겪은 처절히 개별적인 고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체 이런 일이 왜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으니까. 이해를 해야 잊을 수 있으니까. 그러지 않고서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게 사람이니까. - P214
"27일간 병원 중환자실에 있었던 아들을 망월동에 묻고 와서도 한참을 밤에 불을 켜고 살았어요. 누가 우리 한열이 흙으로라도 빚어서 안 던져주나 싶어 가지고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당신 손으로 자식을 땅에 묻고 와서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는데, 살아생전 죽은 아들 마지막 얼굴 한 번 못본 우리 할머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싶어서. 믿어지지 않았겠지.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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