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 되지 않게 하려고……… 나 같은 애한테라도 축하를 받으면…… 네가 엉망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너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 P36
"생일 축하해." "다 끝났어." "생일 축하해." "필요 없어." "생일 축하해." 나는 감히 반장에게 소리를 버럭 내지르고 말았다. "다 끝났다고! 다!" 반장이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밀며 옆에 있던 목발을 들었다. 그러더니 고통스럽게 움직이며 목발을 겨드랑이에 꼈다. 반장은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와 말했다. "끝나지 않았어. 조금 늦으면 어때? 넌 여전히 이렇게 살아있는데, 네 세븐틴 생일을 정말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오늘은…… 내 최고의 생일이야." - P38
동규는 나직이 말하고는 또 달리기 시작했다. 재민은 뛰어가는 동규의 뒷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3년 전 선우가 죽고 나서 단 한 번도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선우의 죽음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는 데 급급해 선우 생각은 조금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친구가 하루아침에 영영 사라졌는데도 마음 아파하지 않았다는 것을, 재민은 멀리 어둠 속에 솟아 있는 아파를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선우야, 김선우. - P90
하지만 이제 그런 두려움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 어느 한 세계가 무너진다고해서 다른 쪽 세계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양쪽에 기대지 않으면 두 세계가 무너져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 혼자라도 단단히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으면 세상이 무너져도 견딜 수 있다. 왜 이제야 그걸 깨닫게 된 걸까? 어느 쪽에도 기대지 말자고 결심하자 마음이 한층 홀가분해졌다. 나는 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편의점은 됐고, 이젠 갈빗집 서빙 자리를 알아볼까? - P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