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서른이 다 되어갈 무렵, 단아는 연애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더는 누구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였다. 그리고 단아는 누구를 만나고 있을 때보다, 지금 훨씬 편안하고 단단해 보인다. 언젠가 외롭지 않냐고 물었더니, 단아는 말했다. 누구를 만나고 있을 때가 더 외로웠다고, - P184
"수진아, 사람 믿지 마라. 네 남편도 믿지 마라. 지금은 널 아끼니까 뭐든지 해주고 싶고, 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준 건 절대 안 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호의를 절대 잊지 않아.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을 보렴. 할머니가 일한다고 생각하는 건 너와 나뿐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도와준다고 생각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빚을 진 거다. 너 그 사람이랑 평생 빚진 기분으로 살고 싶냐. 네게 준 것들이 많다고 생각할수록 ‘이정도는 요구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정도’가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현규는 좋은 사람이지. 나도 알고 있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사람의 인생에는 늘 만일이 있는 법이다. 결혼은 저울과도 같아. 지금 네 저울에는 아무것도 없어. 처음부터 이렇게 기울어진 채로 시작하는데, 여기에 더 무게를 얹을 필요는 없다. 세상은 변했지. 여자들은 달라졌어. 할머니도 알아. 하지만 그건 변한 세상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배경이 있는 여자들의 몫이야. 할머니는 해당되지 않아. 덕 보고 살 생각 없다. 그건 네가 다 가져. 너는 빚지는 거 없이 시작하는 거야." -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