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표지의 주인공들을 다시 본다…

물론 양궁을 좋아한다. 시합이 시작되면 웅성거리던 경기장이 조용해지는 것이 매번 근사했다. 수백 명이 모여 있어도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가 되는데, 양궁장 관객들만큼 매너 있는 사람들도 또 없을 것이다. 시위를 놓기 전, 감각은 줄 세운 듯 정리되고 정윤의 호흡이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얕게 내쉬다가 멈출 지점을 찾아야 한다. 너무 빨리 멈추면 빗나가고, 너무 늦게 멈추면 힘이 빠진다. 1초를 5백분절 정도로 나누어 완벽한 마디에 다다라야 한다. 정윤의 우주가 정지한다. 가끔은 심장마저 잠깐 멎는 것 같다. 미세한 진동조차 용납되지 않기에 불수의근까지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시위를 놓을 때의 탄력적인 팔분음표, 화살이 날면서 내는 공기와의 멋진 마찰음……..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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