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가톨릭 부르주아 계층이라 교황이 피임에 대해 제시한 훈계들을 존중했기에, 비밀을 털어놓는다면 가장 마지막에 선택할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부터 끝까지 내가 속내를 털어놓았던 사람은 바로 그녀다. 나는 이제야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처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말하라고 몰아붙이는 욕구는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의 가치관이나 판단을 고려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상황에서 말조차 하나의 행동이었고, 그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며,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을 현실의 놀라운 광경 속으로 끌고 가보려고 애썼다. -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