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어떻게 알겠느냐마는, 인간은 오직 먼발치에서만 그 건물을 좋아할 뿐, 가까이서는 절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건물을 짓는 것만 좋아할 뿐, 그 안에서 사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그걸 aux animauxdomestiques(가축들에게), 그러니까 개미나 양이나 뭐 그런 것들에게 줘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 P65
나는 물론 나의 관청 동료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증오하고 또 경멸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을 좀 무서워했던 것 같다.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 무렵엔 그들을 경멸하다가도 어쩐지 갑자기 그들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적으로 성숙했고 점잖은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무한히 까다롭지 않고서는, 또 어떤 순간엔 자기 자신을 증오할 만큼 경멸하지 않고서는 허영심에도 사로잡힐 수 없다. 하지만 남을 경멸하든지 아니면 남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지 간에 마주치는 누구에게나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심지어 나에게로 쏟아지는 아무개의 시선을 참아 낼 수 있는지실험까지 해 봤지만, 늘 내 쪽에서 먼저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이 나를 미칠 정도로 괴롭혔다. 또 나는 웃긴 놈이 될까 봐 병이 날 정도로 무서웠던 나머지, 외적인 것과 관련된 모든 것에서 노예처럼 인습을 숭배했다. 기꺼이 일반적인 통념을 따랐으며 온 마음으로 내 내면의 온갖 기괴함을 저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끝까지 견뎌 낼 수 있었겠는가? 우리 시대의 지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응당 그렇듯, 나는 병적으로 성숙해 있었다. 반면 그들은 모두 둔한 데다가 한 무리 속의 숫양들처럼 서로서로 닮았다.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