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퇴직자, 즉 부성적 질서에 의해 완성된 동굴 속 황제들은 쉽사리 변화를 인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타협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직에서의 권위를 다시 회복할 수 없고, 취약한 가족 관계에서 친밀성은 강화되지 않는다. 경제적 자원 또한 이전과 같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그동안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가치와 삶의 일관성을 위협하는 일이다. 결국,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서사를 바꾸는 전략을 택한다. 퇴직자들이 서사를 축소하고 멘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느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표적 방어 전략으로 쓰인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변화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서사적 맥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인 것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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